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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의 미국 신약도전, HLB와 다를까

  • 2024.05.24(금) 09:35

렉라자 병용요법 8월내 승인여부 발표
우선심사 지정…"J&J 주도로 허가준비 중"

유한양행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HLB(에이치엘비)와 달리 규제당국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HLB는 이달 글로벌 판매 및 개발권리를 보유한 간암신약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미국 신약허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생산시설에 결함이 발견된 데다, FDA가 여행제한 사유로 일부 임상시험 기관을 실사하지 못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높은 확률로 신약허가를 자신하던 HLB가 미끄러지면서 시장의 눈길을 다음 타자인 유한양행으로 모였다. 유한양행은 현재 FDA로부터 자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티브 메디슨(구 얀센, 이하 J&J)의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허가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이 치료법은 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돼 오는 8월 내로 허가결과가 나올 것으로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FDA는 기존 치료법보다 약효나 안전성 등에서 중대한 이점이 있는 약물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통상 6개월 내로 허가를 결정한다.

유한양행은 HLB와 달리 파트너사인 J&J의 리브리반트가 이미 FDA로부터 신약허가를 받은 바 있어 생산시설 이슈로 발목이 잡힐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J&J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 3월에도 리브리반트와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의 FDA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를 생산하는 유한화학도 과거 미국 FDA의 실사를 통과해 에이즈치료제를 미국 등 해외 지역에 수출한 경험이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FDA의 실사가 HLB처럼 지연될 가능성도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쟁으로 실사가 지연됐다는 것도 아직 추정일 뿐 HLB 측은 현재 FDA에 구체적인 사유를 확인하고 있다.

FDA 규제감독국(ORA) 관계자는 전쟁으로 렉라자를 비롯해 현재 심사 중인 약물의 실사가 지연될 수 있느냐는 문의에 "우리는 공중 보건 비상 사태, 자연 재해 또는 기타 상황으로 여행이 불가능한 경우 원격으로 실사를 수행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미국 국무부가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한 국가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FDA로부터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사실도 HLB와 다른 차별점으로 꼽힌다.

통상 우선심사 지정 약물은 허가를 위해 FDA가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데다, 치료 잠재력을 일차적으로 인정한 만큼 최종 승인 가능성도 일반 약물보다 높은 편이다. 2022년 기준 FDA가 승인한 신약 중 57%가 우선심사 지정을 받은 약물로 조사됐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임상 3상 시험 책임연구자인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는 "FDA는 우리가 연구한 임상시험 디자인(설계) 등을 보고 신속하게 허가를 내줄 수 있겠다고 판단해 우선심사를 지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J&J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풍부한 임상과 허가 경험이 있다"며 "특정 기업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제약사가 임상과 허가를 진행하는 것을 국내의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유한양행은 HLB의 신약허가 불발 소식을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파트너사인 J&J와 이에 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HLB가 FDA로부터 받은 허가 거부 사유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을 묻는 질문에는 "모든 준비과정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허가는 파트너사인 J&J가 주도하고 있으며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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