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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 '문어발식 확장' 문제없나

  • 2024.07.24(수) 08:00

1년새 계열사 20개 늘어난 곳도…"리밸런싱" 목소리도

사업 시너지 등의 효과를 내기 위해 계열사를 늘리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늘고 있다. 시장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계열사 확장뿐 아니라 축소하는 리밸런싱(최적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 상장사인 바이오노트는 지난해 상트네어바이오사이언스, 메리디안 등을 인수하면서 계열사 수가 38개로 전년 대비 111.1%(20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총 4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HLB그룹은 올해 바이오스퀘어, 바라바이오 등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몸집을 더 키웠다.

이밖에 주요 상장 제약사 중에서 지난 한 해 동안 계열사 수를 늘린 곳으로는 셀트리온, 유한양행, 종근당홀딩스 등이 있다. 현재 계열사 수가 30곳이 넘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녹십자홀딩스(44개), 대웅(35개), 콜마홀딩스(33개), 동아쏘시오홀딩스(30개) 등이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처럼 계열사를 늘리는 이유는 신약개발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업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동홀딩스는 지난해 R&D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동제약 연구개발본부를 물적분할해 유노비아를 신설했다. 유한양행은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프로젠을 인수하고 파트너사가 보유한 면역항암제 개발사인 이뮨온시아의 지분 전량을 매입했다.

HLB그룹은 예방과 진단, 치료 3가지 영역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면서 자체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면역진단 기술을 가진 바이오스퀘어를 인수한 것도 체외진단 전문 계열사인 HLB파나진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HLB그룹 관계자는 "회사의 인수는 철저하게 '기존 주력사업을 얼마나 확장시킬 수 있는가'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두고 있다"며 "M&A를 통해 HLB를 중심으로 바이오생태계를 구축해 모두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계열사를 많이 보유한 것은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나 때로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주력 회사를 중심으로 계열사를 확장한 기업의 경우 구심점이 되는 회사가 타격을 입으면 그룹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휴온스그룹은 지난 2022년 휴온스글로벌이 추진하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사업이 무산되자 휴온스, 휴메딕스 등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적이 있다. 같은 해 녹십자그룹은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 지연 소식에 녹십자홀딩스, 녹십자 등의 주가가 내렸다.

HLB그룹은 지난 5월 간암신약 허가에서 미끄러지면서 국내 유통판매 등의 업무를 맡을 예정이었던 상장 계열사 9곳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기도 했다.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계열사를 확장하다가 재무구조가 악화한 사례도 있다. 

신약개발 계열사를 늘리던 한독은 지난 2017년 재무부담이 늘어나며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강등된 뒤 지금껏 예전 수준의 등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콜마도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인수로 차입금 부담이 커지며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내려간 적이 있다. 한국콜마의 신용등급은 2022년 HK이노엔 상장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제자리를 회복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제약업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이 급부상하는 등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계열사 정리와 확장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그룹사가 대대적인 리밸런싱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최근 독일계 CDMO(위탁개발생산) 업체인 IDT바이오로지카를 한화 약 33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안재용 사장은 "리밸런싱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지만 좋은 기회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인수 배경을 밝힌 바 있다.

한영도 상명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AI 기술발전 등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기업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경쟁력을 보완해야 하는 시기"라며 "미래의 큰 흐름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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