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들이 경쟁적으로 예치금 이자율을 높였다가 반나절만에 철회하는 등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거래소들은 고객 혜택 강화를 내걸었지만 이용자들은 거래소들의 말 바꾸기에 신뢰를 잃고 자금을 맡겨도 되는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관건은 거래소에 맡긴 예치금이 여느 시중은행의 예적금처럼 보호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이용자 예치금은 법적으로 보호되는 돈이 아니다. 거래소는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금자보호법은 은행, 보험회사, 투자매매업자, 종합금융사, 상호저축은행 등을 적용 대상으로 한다. 이들 금융사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포함해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법의 적용을 받는 금융사라 하더라도 증권사의 머니마켓펀드(MMF), 뮤추얼펀드 등 투자상품은 보호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거래소 파산시 고객 예치금은 보호받지 못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장되지는 않더라도 거래소 예치금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은 갖춰져 있다.
이번에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과 하위 법령들은 이용자 예치금을 거래소가 아닌 은행에 보관하고 관리하도록 했다. 은행은 예치금을 국채증권 등 안전자산에 운용해야 한다.
또 거래소가 해킹, 전산장애 등 사고시 이용자 자산을 보전하게끔 준비금을 적립하거나 보험에 가입하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에 따라 거래소들은 일평균 예치금의 30% 또는 30억원 중 큰 금액을 기준으로 해 최대 200억원까지 적립해야 한다. 다만 준비금이나 보험금은 가상자산 탈취 등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원화 예치금 보호라는 목적과 규모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용자 예치금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대형거래소들은 예치금을 은행에 맡기고 준비금을 최대로 적립하고 보험에도 가입하는 등 이용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급한 경쟁에 시장 혼란·투자자 실망
거래소들의 오락가락 행보에 시장과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은행 파킹통장을 뛰어넘는 이자율을 제시했을때만 해도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거래소들이 연거푸 정책을 변경하고 말을 바꾸면서 이용자들은 피로감을 드러냈다.
불과 며칠새 거래소들은 한밤 중에 한시간이 멀다하고 공격적으로 이자율을 높였다. 한 거래소가 1%대 이자율을 발표하면 바로 다른 거래소가 2%를 발표하고, 이에 뒤질세라 또 0.1%포인트 올리며 맞대응 했다. 급기야 빗썸은 전날 이자율을 두배나 올린 4%로 책정했다가 금융당국의 지적에 하루 만에 다시 2%대로 돌아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빗썸이 4% 이자율을 바로 철회한 것은 금융당국의 제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법규정을 따지기 전에 가상자산거래소가 금융기관의 금리를 상회하는 이율을 내놓은 것은 시장 교란의 위험이 있어 애초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했다.
코인 커뮤니티도 비난이 거세다. 한 투자자는 "거래소 파산하면 돈 돌려받을 수 있을까"라며 "거래소간 이자가 4배 정도 차이 나는데 코인러를 호구로 본 것인지, 아니면 거래소 업무 자체가 주먹구구식인지"라며 예치금 이자율 경쟁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