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이용자 순위가 급상승했다. 반면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자 보안이 강력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이 대안 메신저로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
4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앱스토어에서 텔레그램은 대한민국 무료 순위 3위를 기록했다. 텔레그램은 전날 오전 8시까지만 해도 59위에 머물렀으나 하루만에 56계단이나 상승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직후인 오후 10시30분 일시적으로 69위로 떨어졌다가 소폭 상승했다. 이튿날 오전 8시 전후로 극적으로 순위 반등에 성공하면서 상위권에 안착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텔레그램 순위는 4위를 유지 중이다. 반면 미국, 대만 등 다른 나라에서는 별다른 순위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
텔레그램은 종단간 암호화 기술 기반 비밀 대화 서비스를 갖고 있다. 종단간 암호화 기술은 송신자 기기에서 메신저가 즉시 암호화되고, 수신자 기기에 도착하면 복호화된다. 발신자, 수신자가 아니고서야 메시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텔레그램이 전세계 어디서든 수사에 비협조적인 데다 해외에 서버가 있다는 것도 '검열'에서 자유롭다는 인식을 받기에 충분했다. 2014년 카카오톡 사찰 논란 당시 텔레그램이 대안으로 떠오른 바 있다.
IT업계는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국내 메신저 이용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텔레그램 가입자·이용자가 급증한 것으로 본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텔레그램에 가입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카카오톡의 이용자 순위 그래프는 텔레그램과 정 반대를 그렸다. 전날 오전 8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카카오톡 무료 순위는 33위였으나, 이날 오전 1시 50분부터는 계속해서 44위를 기록하고 있다. 야간에 메신저 앱 이용자 순위가 낮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오전이 되어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