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한 가운데 야당이 4일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증권가에서는 정치 불안이 장기화함에 따른 국가 신용등급 하향과 경기 침체 우려를 내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4일 보고서를 통해 "계엄령 책임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 혹은 야당의 대통령 탄핵 움직임을 고려할 때 정치 불안이 조기에 마무리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30분께 '자유헌정 질서 수호'를 명분으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이 선포된 지 2시간 반이 지난 오전 1시께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고, 이후 오전 4시30분께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주식시장은 우려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9% 하락한 2452.6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하락폭을 좁히면서 전날보다 1.44%(36.10포인트) 내린 2464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4088억원어치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이 3405억원어치를 주워 담았다.
다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으로 흘러가면서 당분간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권 6당은 국회에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 수석 비서관 전원 사의를 표명했고 법무부 감찰관도 사표를 제출했다.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경기 침체 압력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안의 장기화는 궁극적으로 내수 부진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기의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를 보더라도 국내 정치 불안은 상당 기간 원화 가치 약세는 물론 경기 둔화 압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하향 우려도 나온다. 김대준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경제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은 무디스 기준으로 상위 세 번째인 'Aa2'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데, 등급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 주식을 보는 해외 투자자 시각도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 신용등급 중 제도적 효율성(법치주의·정부 집행의 신뢰도)은 중요 지표 중 하나다.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14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19조원)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강등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도 진행, 외국인의 한국 증시 회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반적인 하락장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관련 테마주로 꼽히는 주식은 대부분 오전 상한가를 찍은 뒤 장 마감까지 이를 유지했다.
이 대표 테마주로 꼽혀온 △에이텍(29.99% 상승) △에이텍모빌리티(29.95%) △동신건설(29.90%) △오리엔트정공(29.97%), 한 대표 테마주로 묶인 △대상홀딩스(29.94%) △대상홀딩스우(29.98%) 등이 모두 상한가에 도달했다.
다만 단순한 학연·지연 등으로 엮인 정치인 테마주는 정책 테마와 달리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고, 단기 변동성도 커질수 있는 만큼 추종매매에 신중해야한다는게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