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집단적으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탄핵안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 200명에 미치지 못해 표결 자체가 무산됐다.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탄핵 국면이 조기에 결론나지 않고 장기화되면서 트럼프발 관세리스크, 원·달러환율 상승, 주요기업 실적부진 등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가 당분간 불확실성에 계속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오후 6시20분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 표결에 돌입했다. 하지만 투표 시작 3시간이 지난 오후 9시20분까지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195명만 투표에 참석했다. 이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면서 탄핵소추안은 개표도 하지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탄핵안 의결정족수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현재 재적의원 300명 기준 200명의 찬성이 필요했다. 총 192석의 범야권이 전원 출석해 찬성표를 행사한다면, 108석의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앞서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탄핵안 부결을 결정했고, '김건희 특검법' 표결 이후 대부분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만 탄핵안 투표에 참여했고 나머지 의원 전원(105명)이 불참했다. 이에따라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의결 정족수 200명을 채우지 못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지난 3일 비상계엄에서 촉발된 정치적 혼란, 국가 리더십 공백이 장기 국면에 접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오전 2분 가량 대국민담화를 통해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 담화 직후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조기퇴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임기를 단축하고 물러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10일 이후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안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떤 경우라도 국가 리더십의 공백이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탄핵 가결이든, 대통령 조기사임이든 방향이 빠르게 결정되면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지 못하고 극한의 정치 갈등만 연장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정책의 추진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실물경제 흐름에서도 당분간 부정적 흐름을 예의주시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때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 나타났다. 환율 급변동은 원재료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수입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수출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에도 타격이 미칠 수 있다.
향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재차 탄핵안을 추진하고 투표가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극한의 대립 지속에 따른 사회적 혼란, 이로인한 내수 소비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도 예측 제로 상태에 놓였다. 아직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만약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길 경우 1월 1일부터는 '준예산'을 편성한다. 준예산에서는 법적 근거가 있는 필수 지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신규·추가 지출은 제외하기 때문에 상당수 복지재원, 연구개발(R&D),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이 묶이면서 내수 활력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모건스탠리 등 많은 투자회사들은 정치적 불안정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엄사태 직후 정부 기관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불안 심리가 장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부결됐다. 투표결과 재적의원 300명 중 재석(참석) 300명, 찬성 198명, 반대 102명이 나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가 재표결할 때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