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10만달러(약 1억4147만원)를 돌파하고 한달새 거의 모든 알트코인이 두세 배 이상 급등하면서 단기 조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메이저코인은 중장기적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시장이 과열된 만큼 신규 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트코인은 11월부터 이달 5일까지 한달여만에 9300만원에서 1억4400만원까지 5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리플(XRP)은 686원에서 3400원까지 400% 가까이 급등했다. 다른 알트코인들도 100~400%가량 오르며 기록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장에서 소외된 일부 김치코인을 제외하면 안 오른 코인을 찾기 힘들 정도다.
이러한 불장은 7년만에 처음이다. 지난 2017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비트코인이 478만원에서 2500만원까지 수직 상승하며 코인 광풍이 일었던 적을 제외하면 최근 상승률이 가장 높다. 2021년에도 상승장이 있었지만 단기 상승폭은 이번보다 크지 않았고 대체로 조정을 받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단기간 급등 뒤에는 곧바로 큰 폭의 조정이 이어졌다. 2018년 1월 한달동안 비트코인은 2600만원에서 1100만원까지 58% 떨어졌고 리플은 4750원에서 1100원까지 72% 급락했다. 폭등했던 일부 알트코인들은 80~90% 급락한 경우도 수두룩했다.
이번 상승장은 과거와 달리 시장 환경과 펀더멘털이 튼튼해져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비트코인 등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로 기관이 주도하는 시장이 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미국이 육성하는 유망산업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더 상승하기 위해서라도 숨고르기가 불가피하며, 알트코인도 실제 ETF 승인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주장한다. 또 이달 중순 예정된 미국의 금리 결정 등 변수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미국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기업 글래스노드는 최근 단기간의 비트코인 랠리로 7만6000~8만8000달러 안팎에서 공백구간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해 해당 구간에서 매수·매도가 적어 조정시 8만8000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동조하듯 갤럭시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 8만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투자 과열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미즈호증권의 수석 전략가 오모리 쇼키도 "차익 실현 움직임이 있을 것이며 랠리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많은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만큼 트럼프 트레이드가 약해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유투데이는 한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리플이 0.6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을 보도했다. 매체는 "리플이 약 38억9000만개의 토큰을 에스크로 계정에 보유하고 있어, 유통되는 토큰의 절반 이상이 시장에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이는 시장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최근 가상자산거래소 비트겟 CEO 그레이시 첸은 "솔라나(SOL), 도지코인(DOGE) 등 알트코인 현물 ETF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당국은 솔라나를 비롯한 알트코인의 선물 ETF 승인 가능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알트코인의 경우 덜 탈중앙화 돼 시장조작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