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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2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내이사 재연임할까

  • 2025.01.21(화) 08:30

오는 3월 정기주총서 연임 결정
자회사 통합, M&A 등 과제 산적

"다시 들어온 이상 그냥 나가지는 않겠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사진)이 지난 2023년 3월 은퇴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해 한 말이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사세(社勢)'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 회장은 사내이사로 선임 된 이후 자회사 합병, 신약개발 등의 경영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해외 영업현장을 직접 뛰어다니기도 했다.

숨가쁘게 달린 시간이 2년이 지났으나 아직 갈길이 멀다.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이 무산되며 자회사 합병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미국에 출시한 '짐펜트라'의 성장세는 예상보다 더딘 상태다. 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연임을 통해 과업을 손수 마무리 지을지 관심이 모인다.

자회사 합병, 완수할까

셀트리온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서정진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지난 2023년 셀트리온홀딩스를 비롯해 당시 상장 계열사 3곳(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앞서 서 회장은 지난 2021년 은퇴를 약속한 65세 나이에 되자 회장과 사내이사직에서 홀연히 물러났다. 이듬해부터 실적이 악화되자 오너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현 경영진의 요청으로 은퇴 선언 2년 만에 사내이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서 회장이 이번에 사내이사 임기를 연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복귀 당시 주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2023년 10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NH증권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경영에 복귀한 서 회장은 경영 효율성 개선 등을 위해 당시 상장 계열사 3사 합병에 가장 먼저 착수했다. 지난 2023년 12월 서 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쳐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이 좌절됐다.

계열사 통합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최근 주가마저 하락하면서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계획도 지연됐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이후 한 달 뒤인 지난해 1월 셀트리온홀딩스를 2025년까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회사 통합이 무산되며 올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상장시기를 2년 늦춘 2027년으로 잡았다.

직접 영업 나섰지만

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내건 또 다른 약속은 직접 영업 현장을 뛰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해 상반기 미국에서 체류하면서 짐펜트라 영업을 위해 2000여개의 현지 병원을 순회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짐펜트라의 성장세는 느렸다. 지난해 3분기 짐펜트라의 매출액은 64억원으로 유안타증권(507억원), SK증권(953억원) 등 증권업계가 추정한 예상범위에 못 미쳤다. 서 회장은 짐펜트라 출시 3년차 목표 매출액으로 3조원을 제시한 바 있다.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주주들과 소통에 미흡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에 머물던 서 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 비대면으로 참석했다. 피로가 쌓였던 탓인지 그는 언성을 높이는 등 주주들과 마찰을 빚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대규모 M&A(인수합병)도 적절한 매물을 찾지 못하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서 회장은 올해 4분기부터 건강기능식품 기업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M&A에 나설 것이라는 계획을 다시 밝혔다.

승계 계획은

연임 여부의 키(열쇠)를 쥔 소액주주들의 최대 관심사는 주가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셀트리온 소액주주는 전체 과반이 넘는 지분 61.2%를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다. 이달 17일 종가 기준 주가는 18만원으로 서 회장이 선임된 2023년 3월 28일(14만4410원) 대비 24.6% 증가했다. 하지만 주당 30만원선에 거래되던 2021년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낮다. 장기투자자 비중이 큰 주주들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오윤석 셀트리온주주연대 대표는 "서 회장이 직접 현지 영업에 나서는 등 열심히 노력했지만 주가가 반응하지 않으면서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있는 상황"이라며 "주가 향방 등을 조금 더 지켜보고 연임에 대한 찬반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주가가 상승하지 못하는 이유를 승계 계획 부재에서 찾는 시선도 있다. 

경영권 승계는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소액주주와 상충하면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다. 최근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 가운데 서 회장은 아직 승계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한 루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 회장의 재선임 안건 등) 주총 안건은 공시사안으로 사전에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경영승계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회사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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