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자, 지아이이노베이션 등 국내외 제약사들이 ADC(항체약물접합체) 치료제를 다른 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는 병용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항암 병용요법에 주로 쓰이는 세포독성약물과 비교해 치료 효과를 증대시키고 독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ADC는 여러 연구에서 '키트루다' 등 면역항암제와 함께 투여할 때 강한 시너지 효과를 보여줬다. ADC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키는 '면역원성 세포사멸(ICD)'이라는 효과를 유도할 수 있어서다.
ADC는 특정 암세포 표면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에 세포독성약물을 링커(접합체)로 결합한 형태의 차세대 항암제다. 마치 유도탄미사일과 같이 암세포를 정밀하게 공격해 '유도탄 항암제'로 불린다.
최고의 조합을 찾아서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서밋테라퓨틱스과 공동임상연구 협약을 맺었다.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파드셉', '애드세트리스' 등 화이자의 ADC 치료제와 서밋테라퓨틱의 이중항체 약물 '이보네시맙'의 병용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다.
두 회사가 손잡은 이유는 ADC가 항암 병용요법에 주로 쓰이는 카모플라틴 등 세포독성항암제보다 강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ADC는 암세포를 정밀하게 공격하는 특성을 통해 전신에 퍼지는 세포독성약물의 낮은 치료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아울러 정상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해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 기존 항암제에 세포독성약물이 아닌 ADC를 병용하면 더 정밀한 약효를 내고 전신 독성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ADC는 암세포를 집중 공격하는 과정에서 면역원성 세포사멸(ICD)이라는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ICD는 우리 몸에서 암세포가 사멸하면 면역계를 자극하는 신호를 방출하면서 면역세포를 암세포 주변으로 끌어들이는 현상이다. 이를 통해 ADC는 면역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면 항암 면역반응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머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은 자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옵디보' 등을 ADC와 병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머크는 지난 2023년 요로상피암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를 화이자의 ADC 치료제인 파드셉과 병용투여한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세포독성항암제와 함께 투여한 것보다 전체 환자들의 생존율(OS)을 두 배 이상 증가시킨 결과를 확인했다.
국내 기업들도 병용연구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자체 개발한 약물과 타사의 ADC를 병용하는 연구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자체 개발한 ADC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저분자화합물 등의 약물을 발굴하고 있는 곳도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 1월 중국계 바이오기업인 라노바메디신과 ADC 병용연구 협약을 맺었다.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자체 개발한 면역항암제 'GI-101'과 라노바메디신의 ADC('LM-302') 병용요법의 효과를 평가하는 내용이다.
ADC 전문 개발사인 리가켐바이오는 자사의 ADC와 병용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면역항암학회(SITC)에서 자체 개발한 면역항암 후보물질 'LCB39'가 ADC와 병용요법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또 다른 ADC 개발사인 피노바이오도 자체 개발한 저분자화합물을 ADC와 병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피노바이오는 이른 시일 내에 관련 연구결과를 국제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조현용 피노바이오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서로 다른 원리의 약물을 같이 쓰면 독성이 분리되고 상호보완적인 작용으로 치료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병용하는 의미가 없다"며 "ADC가 캐모테라피 약물을 대체해야 한다는 트렌드(연구동향)가 있다. 실제 연구에서 ADC는 면역항암제 등과 굉장히 잘 맞는 조합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