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MWC에서 글로벌 사업에 대해 엇갈린 전략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세계적 빅트렌드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분야로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는데, KT는 국내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다.
SK텔레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에서 에너지 관리 분야 글로벌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AI 데이터센터(DC) MEP(기계·전력·수배전) 시스템 분야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5일 밝혔다. 양사가 협력할 시스템은 기계·전력·수배전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설계·구축 단계에서부터 이후 운영 과정에서 안정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지역 거점에 하이퍼 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 건설 및 구축 사업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AI 데이터센터 관련 공동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슈나이더는 엔비디아와도 AI 데이터센터 관련 협력을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특히 데이터 센터 전력 및 수배전 분야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의 의미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데이터 센터 솔루션 사업자인 슈나이더 일렉트릭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 회사의 AI DC 경쟁력 강화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의 경우 AI 에이전트 서비스 '익시오'의 중동 진출을 위해 현지 최대 통신 사업자 '자인그룹'과 협력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와 자인그룹은 MWC에서 익시오의 글로벌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자인그룹은 쿠웨이트를 거점으로 1983년에 설립된 통신 사업자로, 현재 중동 5개국(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이라크, 요르단)과 아프리카 3개국(모로코, 수단, 남수단)에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LG유플러스는 익시오를 자인그룹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에 출시하기 위해 협업한다. 자인그룹은 익시오가 제공하는 온디바이스 AI 기반의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보이는 전화 △통화 녹음 및 요약 △통화 후 검색 정보 제공 등 AI 기반의 서비스를 활용해 통신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익시오의 중동 진출을 위한 첫 단계로 사우디 3위 통신 사업자 '자인KSA'와 협업해 이르면 연내 현지에 익시오를 출시할 방침이다. 이재원 LG유플러스 컨슈머부문장(부사장)은 "앞으로도 차별화 AI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들과 협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는 이날 MWC 현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인공지능 전환(AX) 사업 방향성을 제시했는데, 글로벌보단 국내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KT는 한국 시장에 가장 적합한 '한국적 AI'와 'KT SPC'(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올해 2분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KT에 따르면 한국적 AI는 단순한 한국어 처리를 넘어 한국의 정신·방식·지식을 포괄적으로 깊이 이해하고, 한국의 사회·역사·국가관을 담아 국내 제도와 규제에 부합하는 안전한 AI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런 한국적 AI의 대중화를 위해 자체 개발한 모델인 '믿음',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을 통한 한국적 SOTA(현존 최고 수준의 모델), 다양한 오픈소스 모델을 두루 활용할 방침이다.
'KT SPC'는 기존 퍼블릭 클라우드와 비슷한 사용 환경과 경험, 효율성을 제공하면서도 국내의 법률과 규제를 준수하며, 높은 보안성과 자주성, 대규모 확장성을 두루 갖추고 있는 것을 강점으로 삼는다. 김영섭 대표는 "통신 가지고 글로벌 사업을 하는 것은 실속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AI는 글로벌로 나가기는 아직 아니다. 글로벌 사업은 B2B(기업간거래) 사업이 제대로 돼야 힘차게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