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 지주회사 NXC(엔엑스씨)가 자회사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에 282억원 상당 가상자산을 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NXC가 폐업한 자회사 아퀴스코리아에서 매입한 비트코인으로 추정되며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대여한 목적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NXC, 가상자산 282억원 대여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XC는 지난 4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NXC가 소유한 가상자산을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에 대여한다고 공시했다. 거래 대상인 가상자산은 약 282억원에 달한다. 거래금액은 이사회 결의일인 지난달 28일 기준 코인마켓캡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이번에 공시된 양사 간 계약은 작년 3월 맺은 수의계약의 연장 건이다. 당시에는 코빗이 NXC의 계열회사로 편입되지 않아 공시 의무가 없었다. NXC는 지난 2017년 코빗을 인수했으나 코빗이 공정거래법상 중소벤처기업 분류 유예를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코빗은 지난해 11월에야 넥슨 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앞서 NXC는 2017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인수를 시작으로 가상자산 관련 포트폴리오를 늘렸다. 2018년에는 유럽 가상자산거래소 비트스탬프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 2020년에는 가상자산 트레이딩 플랫폼 아퀴스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러나 NXC가 수백억원을 투자하며 야심차게 설립한 아퀴스코리아는 2년만에 청산됐다. 이 회사는 신개념 트레이딩 플랫폼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전에 사업을 접었다. NXC는 지난해 비트스탬프 지분도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퀴스코리아 비트코인, 코빗에 맡겼나
양사는 대여한 가상자산의 종류와 매입 경로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거래금액과 전후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아퀴스코리아로부터 매입한 비트코인으로 추정된다.
NXC는 지난 2022년 아퀴스코리아를 청산하면서 이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225.58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코인마켓캡 기준 지난달 28일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1억1700만~1억2400만원대로 단순 계산때 거래금액과 비슷하다. NXC는 회계상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기타의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는데,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따로 취득한 기타 무형자산은 없었다.
대여 목적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양사는 대여 목적을 보유 가상자산의 운용 효율화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운용 방식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가상자산을 투자해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놀고 있는 자산을 맡긴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코빗은 보유한 가상자산 일부를 '투자가상자산'으로 분류하고, 가상자산을 대여 또는 운용한 투자수익을 내고 있다. 2023년 말에는 96억원에 달하는 가상자산평가이익을 냈다.
가상자산 시가가 일정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거래가 해지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일각에서는 NXC가 손실회피 위험을 줄이고, 가상자산 과세·회계처리를 유용하게 만들도록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조건을 붙여 가상자산을 대여할 경우, 단순한 자산 이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면서 "과세·회계처리 시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XC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운영 효율화 외에 대여 목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