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미 대부분의 산업에 필수요소가 됐다. 고객 응대 자동화, 추천 시스템, 검색 정확도 개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을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현재의 AI 활용은 여전히 '기능 단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업무 방식은 그대로 둔 채 일부 단계에 AI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효율은 높아졌을지 모르나 비즈니스의 본질적 운영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변화는 그 다음 단계에 가깝다. AI를 '기능'이 아니라 '운영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구조적 전환이다. 이른바 'AI 네이티브(AI-Native)'라는 개념은 여기서 출발한다. 데이터가 생성되는 즉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며 사람이 개입하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데이터를 판단하고 실행하는 방식이다. 가격·노출·운영 역시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하고 흐르게 하느냐가 핵심이 된다.
많은 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파편화된 상태로 존재한다. 부서별, 서비스별로 쪼개진 데이터는 축적은 하나, 분절된 상태로 흐르지 못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AI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양보다 연결성과 맥락이 중요하다. 결국 핵심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데이터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에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이를 가격과 운영, 고객 경험에까지 직접 반영하는 시도가 여행 산업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데이터가 연결되면, 의사결정 방식도 달라진다. 대부분의 조직은 여전히 사람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I 네이티브 환경에서는 일부 의사결정이 자동화된 시스템 단위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수요 변화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거나, 예약 흐름에 맞춰 상품의 노출과 재고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즉, 데이터가 곧바로 실행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공급과 유통 구조가 얽혀 있는 산업일수록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여행 산업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필요하다. 여행자의 관점에서 여행은 계획부터 경험, 그리고 여행 종료까지 하나의 연속된 여정이지만, 각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공급자)와 운영 환경은 여전히 분절돼 있다. 여행 산업에서 AI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선 이 단절된 구조를 데이터를 중심으로 연결해, 여행자를 위한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이처럼 여행 경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하기 위해선, 이를 만들어내는 사업 구조 역시 바뀌어야 한다. 공급과 유통, 가격과 운영 구조 역시 함께 재편해야 하며, 이 흐름은 결국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사람과 조직이 담당하던 연결의 역할을 시스템이 수행하게 되며, 산업 전반이 하나의 체계로 통합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단번에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기능적인 보조 단계(Enablement)'와 '체질 전반을 개선하는 단계(Native)' 사이 어딘가에 있다. 우리 역시 이 전환의 과정 위에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구조를 설계하고 있는가다.
AI는 더 이상 선택적인 기술이 아니라, 사업이 작동하는 방식을 다시 정의하는 기준에 가깝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얼마나 구조를 재편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전환은 이미 시작됐으며, 이를 먼저 구조로 구현하는 기업이 결국 산업의 기준을 다시 쓰게 될 것이다.
장정식 야놀자넥스트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