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10명중 6명은 아파트에 산다. 신도시 주택의 90%는 아파트다. 도시화는 곧 아파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공간 이상이다. 아파트는 80년대 이후 1순위 재산증식 수단으로 대접 받아왔다. 국민들의 자산 가운데 80%가 부동산(아파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강남으로 몰려들었고,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경쟁적으로 갈아탔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아파트 신화에도 금이 가고 있다. 집에 대한 생각이 재테크 수단에서 집의 본래 기능인 정주 수단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집값이 오르면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2030세대는 전세나 월세로 방향을 틀고 있으며 소득이 줄어든 베이비부머들은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을 구입하는 다운사이징에 나서고 있다.
작은 집에 대한 수요는 1~2인 가구가 늘면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전체 가구에서 1~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수준인데 2030년대 중반에는 70%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은 올해 7대 주거트렌드를 발표하면서 ‘핵가족 맞춤 공간’을 첫 손에 꼽았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센터 소장은 “기러기 아빠, 사회 초년생, 골드 실버, 골드 싱글 등 1인 가구도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며 “과거 1인 가구용 주택이 공간적으로 모두 비슷하게 배치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필요에 맞게 구조가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도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공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파트의 인기가 식으면서 단독주택을 원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영화 건축학개론이 인기를 얻으면서 제주도 한가인네 집이 올레길 명소로 떠오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단독주택 건축은 어릴 적 살아본 경험이 있고 재력이 뒷받침되는 베이비부머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귀농(1만1220가구)과 귀촌(1만5788가구)가구가 2만7008가구에 달했는데 귀촌가구는 대부분 집을 지어서 내려간다. 그만큼 단독주택 시장이 커지는 셈이다.
도시에서도 단독주택을 그대로 살려 재개발에 나서는 곳이 적지 않다. 아파트로 재개발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고 기간도 줄일 수 있어서다. 경복궁을 둘러싸고 있는 북촌과 서촌은 한옥으로 몸값을 올린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제 집에 대한 생각을 바꿀 때가 왔다. 생각을 바꿔야 삶이 달라지고 재산도 불릴 수 있다. 집을 소유할 것인지 점유할 것인지, 재산의 전부를 집에 투자할 것인지 포트폴리오를 나눌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