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사옥인 R&D센터를 판다. 차입금 상환을 위한 현금을 확보하고 미래 먹거리 사업 투자에 쓸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16일 삼성중공업은 삼성중공업 판교R&D센터를 400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판교R&D센터는 7460m2 (약 2257평)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로 2014년 12월 준공됐다.
처분 목적으로는 재무건전성 개선 및 투자 재원 확보를 제시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미래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암모니아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선박에 대한 제품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증 설비 구축, 조선소 무인·자동화, 자율운항 등에 투자를 확대해 왔다. 이번 판교 R&D센터 매각 재원을 활용해 미래 준비에 더욱 고삐를 죈다는 구상이다.
계약은 매각 후 재임대하는 '세일 앤 리스 백(Sales & Lease Back)' 방식이다. 거래 상대방은 위탁관리 부동산 투자회사인 이지스롱웨일1호다. 삼성중공업은 임대 전환으로 판교 사업장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전망은 빛나는데… 빚 부담 여전
최근 삼성중공업은 조선업황 호조에 힘입어 수년간의 부진을 털고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분기 연속 흑자 행진 중이다. 그전까지 회사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적자를 봤다. 이 기간 누적 적자는 6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2020~2022년에는 2조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은 내지 못했지만 이 시기 삼성중공업은 해운업계의 친환경 선박 전환 흐름을 타고 LNG선, 메탄올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꾸준히 수주했다.
다만 수년간 쌓인 재무부담은 여전히 과중한 상태다. 올해 3분기 기준 회사의 순차입금 규모는 3조5000억원이 넘는다. 순차입금은 이자를 내야 하는 총부채 액수에서 현금이나 예금 등을 뺀 값으로, 기업의 재무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다.
부채비율도 높다.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2022년말 305.7%에서 지난해 말에는 357.4%까지 급증했다. 올해 3분기 부채비율은 309.5%다.
긍정적인 점은 친환경 선박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과 향후 3년치 이상 일감이 확보됐다는 점이다. 또 올해부터 저가수주 물량이 끝나고 고선가 시기에 수주한 선박 인도가 이뤄지면서 영업현금 창출력이 개선세에 있다. 이는 곧 재무부담 완화를 의미한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올해 매출 2조6908억원, 영업이익 1482억원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10.6%, 87.6%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