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을 교체하며 쇄신의지를 다진 주요 은행들이 후속인사에서도 이와 같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내년 주요 은행을 이끌 인사들은 '젊은 조직'을 추구하며 1960년대생 대신 1970년대생들이 주축으로 등장, 세대교체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은 차기 은행장 후보 선정을 마무리하고 연말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새롭게 은행을 이끄는 은행장들은 아직 취임 전이지만 경영의 효율 등을 고려해 이들의 의사를 반영해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지주 '핵심' 은행장…신한 빼고 다 바뀐다
최근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중 신한금융지주를 제외한 3곳의 금융지주는 핵심계열사인 은행장을 교체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하나은행은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이사 그리고 우리은행은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 은행장으로 이름을 올린다.
차기 은행장 선임 작업을 진행중인 농협금융지주 계열 농협은행 역시 은행장이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일하게 신한금융지주만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연임시키기로 결정했다.
그간 은행장들은 경영의 연속성 등을 고려해 한 차례 혹은 단기 임기 부여를 통한 연임 사례가 많았다. 이번처럼 주요 은행장들이 단임으로 끝나거나 한꺼번에 바뀐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경우 현 은행장의 재임기간 중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이에 대한 책임 추궁 측면에서 행장을 교체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은행장이 올해처럼 한 번에 대규모로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은행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으면서 그간 펼쳐왔던 방식의 경영방침으로는 경쟁력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관계자는 "국내 경제가 녹록지 않은데다가 당분간은 당국의 대출 규제와 같은 규제리스크도 이어지는 등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게다가 금융권의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조직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지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차기 은행장으로 이름을 올린 인사들 역시 내부 조직을 다잡는 것을 골자로 하는 '쇄신'을 중요 키워드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는 은행장 후보로 결정된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인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가치인 신뢰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그 어느 은행보다 홍역을 앓은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 역시 "혁신형 조직개편, 성과중심의 인사쇄신을 통해 우리은행만의 핵심 경쟁력을 제고해 신뢰받는 은행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70년대생 약진하는 은행
은행장을 바꾼 은행들은 주중 임원인사를 시작해 본격적인 조직 개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직 임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은행장들의 경우 경영 효율화와 연속성 등을 고려해 은행장 후보들의 의중을 받아들인 인사가 펼쳐질 것으로 본다. 이들의 '첫 색깔'이 발휘되는 셈이다.
일단 은행장들이 바뀌면서 은행 임원진들도 대거 교체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임원진들의 '나이' 역시 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주요 은행들을 이끌 은행장들의 나이는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 셋이 모두 1964년생(만 60세)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는 1968년생(56세)으로 가장 젊다. 자연스럽게 임원진들 역시 만 60세 이하로 포진될 공산이 크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재 일부 은행은 부행장 급의 임원인 경우 차기 행장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가 있다"라며 "나이가 임원 선임의 중요한 기준은 아니지만 은행장보다 연장자일 경우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은행 부행장급 인사중에는 1970년대 초반 출생의 인사도 있었던 상황"라며 "올해 인사에선 더욱 젊어지며 1960년대생 임원들의 본격적인 퇴진이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실제 이미 인사를 한 우리은행의 경우 조직이 젊어질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임원 인사를 통해 11명의 부행장을 교체하면서 1970년대생 2명을 발탁했다. 뿐만 아니라 부행장의 임기 이후 '영전'하던 해외 법인장 자리에도 1970년대생 본부장을 임명하는 등의 파격도 선보였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진완 후보가 이제 막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는 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젊은 은행장이 되는 것"이라며 "은행장이 젊어지는 만큼 조직의 중추 임원들도 젊은 인사들을 중용하며 세대교체의 의지를 보여줬다"라고 전했다.
은행이 젊어짐과 동시에 일부 은행은 '조직슬림화'에 나서며 임원 수 역시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발생한 연이은 금융사고의 책임이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보는 분석이 많기 때문에 업무 효율화 및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등의 차원에서 부서를 통폐합 할 것이란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이를 총괄하는 임원수 역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주요 은행들의 임원진(부행장 및 상무) 숫자를 보면 KB국민은행 38명, 신한은행 19명, 하나은행 26명 등이다. 최근 인사를 단행한 우리은행의 경우 23명이었지만 이를 18명으로 대폭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