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부산이전에 대한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한국산업은행이 탄핵 정국을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표 공약으로 현 정부 출범 후 노사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정부는 본점 부산이전을 위한 법 개정에 주력하고, 산업은행 자체적으로도 실질적 이전 효과를 위한 조직개편·인사 실행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후 탄핵 정국으로 정치권이 혼란해지면서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도 갈피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서남권 투자센터 설치…실질적 이전효과 마무리
산업은행 이사회는 지난 9월 신성장동력 구축을 위한 남부권 영업조직 강화와 글로벌 금융협력 확대, 투자주식 관리 강화 등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중 핵심은 남부권 지역 기업과 산업 지원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를 이유로 한 부산에 남부권투자금융본부 신설, 관련 업무 인력 확대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후 부산 지역 규모를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2022년 말에는 중소중견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이름을 바꾸고, 부문 내 네트워크지원실과 지역성장지원실을 통합(지역성장지원실)해 부산으로 이전했다.
또 지역성장부문에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여기에 지역기업종합지원센터와 동남권투자금융센터, 서남권투자금융센터를 관할하는 남부권투자투자금융본부가 부산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
산업은행은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남부권투자금융본부로 편입해 남부권 지역에 특화된 독자적 종합금융 지원체계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호남지역 투자 활성화와 노후 인프라 개선을 위해 '서남권투자금융센터'도 설치했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부산 지역 조직이 확대되면서 본점 부산이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을 피하려고 호남권에도 본부를 신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3일 서남권투자금융센터 설치가 완료, 산업은행 조직개편이 마무리됐다. 실질적 이전효과를 위한 또 한 단계가 이뤄진 셈이다.
김병환도 강조했지만…탄핵 정국에 '부산행' 안갯속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도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김병환 위원장은 "산업은행 부산이전 관련 법도 논의될 것인데 최대한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으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취임 후 지속적으로 본점 부산이전 필요성 등을 강조했는데 김병환 위원장도 힘을 보태려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중심에 있는 비상계엄 사태 후 탄핵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소추안 불발 후 금융시장 불안 대응에 집중하느라 산은법 개정안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비상계엄 사태 후 매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방안으로 주식시장과 자금조달시장 안정을 위해 증안펀드와 채안펀드 등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 펀드 모두 산업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만큼 현 시점에 부산이전이 논의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주요 공약인 산은 부산이전 명분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산은법 개정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고 증안펀드, 채안펀드로 시장 안정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산이전을 논의할 단계도 아니다"라며 "현 정권에서 부산이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