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부서장 전원을 물갈이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파격 인사가 끝난 뒤 보험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보험감독국, 보험리스크관리국, 보험검사 1·2·3국 국장 중 3명이나 지방 시·도청 파견 및 외부 연수행인 데다, 1971년생 국장들까지 본원 보직에서 배제된 건 '홀대'로 밖엔 볼 수 없다는 거죠.
은행 부문 부서장들의 경우 지방에 가더라도 지원장으로 가고, 검사업무 커리어를 다른 부문에서라도 계속 쌓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거든요.▷관련기사 : 금감원, 부서장 단 한명 빼고 다 바꿨다…금융시장안정국장만 유임(12월10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 2년차를 맞을 동안 담당 부서장이 2번이나 바뀐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습니다. 지난해 IFRS17 관련 대소사를 담당했던 보험리스크제도실 A실장은 같은해 말 연금감독실장으로 밀려나고 결국 보험 유관기관으로 자리를 옮겼죠.
보험리스크제도실이 보험리스크관리국으로 승격되며 올해 바통을 넘겨받은 B국장도 자리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특히 B국장은 우리나라가 IFRS17을 도입하기로 한 이래 꾸준히 관련 실무를 담당해 왔습니다. 금감원 내에서 IFRS17 전문가로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라 안팎의 충격이 컸습니다.
IFRS17 도입 후 △회계처리 방식에 의한 실적 부풀리기 논란 △소급법-전진법 적용 논란 △원칙모형-예외모형 적용 논란 등 고비 때마다 이 원장이 담당 부서장을 강하게 질타했고 문책성 인사 조치를 했다는 게 업계에선 정설로 통합니다.▷관련기사 : 금감원, 보험 새 회계기준 적용 '소급법' 조건부 허용(2023년 7월27일)·"무·저해지보험 관련, 거역하면 내년 검사 1순위" 말바꾼 금감원(11월11일)
보험 부문 부서장 자리를 채운 사람들이 은행 권역 출신이 많은 것도 입길에 오릅니다. 보험사기대응단을 포함한 보험권 국장 6명 중 3명의 커리어가 주로 은행·공통·소비자 쪽에 편중돼 있어 업무 역량 등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죠.
주무부서인 보험감독국 국장 C씨는 직전 비서실장으로 이 원장을 근거리에서 보필한 인물이라 사실상 감시역으로 온 것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금감원 내에선 이 원장의 '불신임'이 반영된 인사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원 내 보험 부문과 보험업계를 바라보는 이 원장의 시선이 그만큼 곱지 않다는 방증이죠.
보험감독원 라인 위주의 경직된 조직 문화, 퇴직 후 재취업을 매개로 한 줄 서기, 봐 주기 등 '끼리끼리 챙겨 주기' 탓이란 비판입니다. 지금이야 공채 출신 기용이 늘면서 많이 나아졌다지만, 아직 이 원장 눈엔 차지 않는다는 겁니다.▷관련기사 : '오늘부터 금융인'…금융당국 출신 줄줄이 보험사행(2023년 3월1일)·금감원장, 내부 기강 잡기 "'이권카르텔' 오해 없어야"(2023년 7월4일)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리스크관리국을 보험계리상품감독국으로 개편한 건 상품 개발·판매·보험회계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감독 강화로 해석되는데, 휴민트(인적 정보망)를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