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화장품 업계의 미래…마이크로바이옴이 뜬다

  • 2024.12.16(월) 07:30

제조사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박차
항노화·피부맞춤형 등 화장품 개발
체내 미생물 활용…친환경 제품 생산

/그래픽=비즈워치

화장품 제조 업계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피부 유익균을 활용한 항노화 등의 기능성 화장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해외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개인 맞춤형 제품은 물론 친환경적인 화장품을 개발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체내 미생물로 화장품 만드는 시대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다. 체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이나 유전정보를 말한다. 신체부위, 인종, 국가 등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이 다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분야로 관심받고 있다. 

국내 화장품 제조업계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은 코스맥스다. 코스맥스는 지난 2011년부터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 과정에서 확보한 미생물은 3000여 종, 미생물 자원 관련 등록 특허는 80여 건에 달한다. 2019년엔 항산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화장품을 출시했다. 

여기에 올해 코스맥스는 미국, 중국으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영역을 넓혔다. 코스맥스는 지난 9월엔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계열 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지난 10월엔 중국 대표 병원인 화산병원과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중국,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화장품 ODM, OEM을 진행하는 만큼 환경에 맞춘 화장품을 개발하겠다는 의도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국내외 우수 연구기관과 개방형 연구를 확장하며 국가별, 인종별로 연구를 고도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지도를 보다 정교하게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이 미생물 균주를 배양하고 관찰하고 있다. /사진=한국콜마

한국콜마는 2020년 바이옴연구소를 창설하고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돌입했다. 국내 산학연과 협력해 신균주 발굴과 재조합 균주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탈모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해 탈모를 유발하는 유해균을 저해할 수 있는 '바이옴센티드' 소재를 개발했다. 바이옴센티드는 천연 원료들을 정밀하게 배합해 탈모 유해균을 억제하고, 건강한 두피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는 성분이다. 이를 활용한 샴푸도 출시했다.

한국콜마는 올해 2월 자외선 노출에 의한 피부노화를 억제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 이를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엔 여드름균과 노화의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SCI급 국제 저널인 '마이크로오가니즘' 10월호에 게재됐다. 유익한 여드름균의 양을 늘려주는 성분(미생물의 먹이)을 담는 전달체와 잘 스며들게 하는 제형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최근 천천히 나이 들고 싶다는 슬로우에이징 열풍이 불면서 피부에 유익한 여드름균 조절을 통해 피부 노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해당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의 특허 출원을 완료했고 내년 하반기에는 제품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왜 연구할까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의 피부 상태, 나이에 따라 다양하게 변한다. 이 때문에 '제2의 게놈'이라고도 불린다. 사람마다 고유한 마이크로바이옴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제품 개발에 활용하기에도 적합하다. 

개인 맞춤형 화장품은 일반 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이나 자극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개인에게 필요한 성분은 넣고, 불필요한 성분은 제거해 화장품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개인 맞춤형 화장품 시장도 성장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글로벌 맞춤형 화장품 시장규모는 2019년 6억55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억4400만달러로 성장했다. 2025년에는 40억500만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한국콜마

ESG 경영 측면에도 도움이 된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자연에서 얻은 미생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과 기름이 섞이게 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도 발견됐다. 자연상태에선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아 계면활성제를 활용했다면, 해당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통해 친환경적인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장품 제조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을 개발할 때 보통 계면활성제라는 화학성분이 들어간다"며 "(계면활성제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아니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이 화학성분 없이 친환경으로 화장품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관심받고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