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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이 만만해?…'반짝 인기' 그친 쉬인

  • 2024.12.18(수) 17:32

한국서 친숙한 이미지 겨냥
여전한 품질 논란…소비자 신뢰↓
중국 알리바바, 패션 영향력 확대

/그래픽=비즈워치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온라인 패션플랫폼 쉬인이 K패션의 안방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믿을 수 있는 품질을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알리바바 등 자국 간 출혈 경쟁까지 심화하면서 쉬인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나도 한때 잘 나갔는데

2022년 12월 한국 법인을 설립한 쉬인은 이듬해 8월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온라인 전자상거래에 거부감이 없고, 상대적으로 지갑이 얇은 1020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선 SNS만 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약 반년간의 시장 조사를 통해 한국 패션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한 쉬인은 올해 4월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 2개월 뒤인 6월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데이지 가을겨울 컬렉션 화보./사진=쉬인 제공

K패션 업체들은 쉬인의 한국 공략을 두고 소비자 이탈을 가장 예의주시했다. 쉬인이 배우 김유정을 자체 브랜드인 '데이지'의 첫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하며 친숙한 이미지 구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는 첫 전속 모델로 배우 마동석을 기용하며 빠르게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 비슷한 전략을 내세운 쉬인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쉬인이 국내 온라인 패션플랫폼들은 물론 비슷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스파오, 탑텐 등 국내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위협하는 상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잇따랐다.외면받는 초저가

다만 업계의 우려와 달리 쉬인은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쉬인의 애플리케이션 신규설치 건수는 16만건으로, 국내 패션플랫폼인 지그재그(28만건), 무신사(27만건), 에이블리(22만건)보다 적었다. 이들이 이미 수 년간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해 온 브랜드임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쉬인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가 많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업계에선 차별성 없이 초저가만을 앞세운 전략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을 가진 상품을 선호하지만 쉬인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신뢰도를 잃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쉬인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행한 성수동 팝업스토어 '스타일 인 쉬인'에서 위조상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나섰다. 당시 쉬인은 K패션 브랜드인 '키르시'와 미국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 등을 연상시키는 상품들을 진열했다가 지적재산권(IP) 침해로 논란이 되자 매장에서 급하게 철수시켰다. 가품 문제에 심각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던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스타일 인 쉬인 팝업스토어./사진=정혜인 기자 hij@

지난 여름 수면 위로 떠 오른 유해성 논란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쉬인이 판매한 여성 속옷, 어린이용 장화, 액세서리, 보디페인팅 등 일부 제품에선 국내 기준치를 초과한 아릴아민, 납, 니켈 등 각종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업계에선 향후 국내 시장에서 쉬인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자국과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1000억원대 투자를 진행했다. 공산품 카테고리에선 두각을 보이지만 패션 부문의 영향력은 미미한 알리바바가 국내 기업과의 협업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또 토종 기업인 에이블리의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쉬인 팝업스토어./사진=정혜인 기자 hij@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을 통해 다른 나라에 '물량공세'를 펼치는 쉬인의 글로벌 전략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서다. 특히 쉬인은 5달러 스커트와 9달러 청바지 등 저렴한 제품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고관세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이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쉬인의 월간 이용자 3분의 1은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업계는 쉬인의 한국 공략에 더 이상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패션업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누구보다 정확하면서도 발 빠르게 캐치하고 있고, 실제로도 이런 부분들을 강점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잘해왔던 것들에만 집중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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