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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해법 ‘예속상교’

  • 2013.10.07(월) 17:20

올해 초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간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아파트 바닥과 벽 두께를 두껍게 하는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는다. 층간소음의 전달 경로만 차단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일차원적 대응이었다.

 

현재는 아파트를 지을 때 바닥두께 기준(벽식구조 210mm, 무량판구조 180mm, 기둥식구조 150mm) 또는 바닥충격음 기준(경량충격음 58dB, 중량충격음 50dB) 두 가지 중 하나만 지키면 된다.

 

그러나 내년 5월부터는 벽식과 무량판구조의 경우 바닥두께 기준(210mm)은 물론 바닥충격음 기준(경량충격음 58dB, 중량충격음 50dB)을 모두 지켜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32평(전용 85㎡) 아파트의 경우 바닥 두께를 30mm(180→210mm) 높이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150만원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두께와 충격음 기준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1000만원 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본다. 국내 아파트의 85%는 벽식구조로 지어진다.

 

문제는 이런 처방이 앞으로 지어지는 아파트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 기준이 적용된 아파트로 모두 바뀌려면 최소 30년에서 50년은 걸린다. 물론 새 기준이 적용된다고 해서 층간소음 문제가 말끔히 해소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늘 당장 벌어지고 있는 층간소음 갈등을 푸는 길은 이웃 간의 소통을 확대하는 데 있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객관적 입장에서 중재에 나서면 분쟁의 60~70%는 해결된다”며 “이웃 간의 소통이 분쟁 해결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향약의 4대 강목 중 하나인 예속상교(禮俗相交: 예의로 서로 사귄다)가 좋은 해결책인 셈이다.

주민 자율기구를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하남시 신장동 동일하이빌은 주민들이 8개 항목의 생활규약을 만들어 효과를 보고 있다. 규약을 어기면 벌금도 물린다. 과실상규(過失相規:잘못은 서로 규제한다)의 좋은 예다.

서울시 구로구는 층간소음 분쟁을 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커뮤니티 활성화 지원책을 내놨다. 갈등 해소를 위한 주민모임에 200만원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덕업상권(德業相勸:좋은 일은 서로 권한다)의 본보기로 볼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일부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층간소음 교재(‘층간소음 걱정 그만’) 보급에 나섰다. 서울시는 층간소음 발생 원인의 73.1%가 아이들의 발걸음이나 뛰는 소리라는 점을 감안해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교재를 만들었다고 한다. 만화와 삽화로 구성된 교재는 ‘층간소음은 이럴 때 발생해요’, ‘소음으로 이웃이 힘들어요’, ‘이웃을 먼저 생각해요’. ‘소음 줄이기 잘 할 수 있어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층간소음의 원인 제공자인 아이들이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문제의 70%는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일선 학교에서 이 교재를 얼마나 활용할 것인가 인데 선생님들의 환난상휼(患難相恤 : 어려울 때 서로 돕는다) 정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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