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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의 두 얼굴 ‘독과 약’

  • 2014.02.20(목) 10:36

주택당국이 다주택자에게 연일 애정공세를 퍼붓고 있다. 도와달라는 눈빛이 간절하다. 10년 전만 해도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아 복날 개 패듯 했는데 격세지감이다.

 

국토해양부는 어제(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재건축 아파트 규제 완화 방안의 하나로 조합원이 보유한 주택 수만큼 신축 주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조합원이 주택 3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1채만 배정 받을 수 있고 나머지 2채는 현금으로 받는다.

 

재건축 아파트를 여러 채 구입해 시세차익을 얻는 재테크 방식을 원천 차단해 놓은 것이다.

 

앞으로 조합원이 보유 주택 수만큼 새 아파트를 배정 받게 되면 다주택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때 재건축 아파트를 우선순위에 올려놓을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재건축 투자에 나서면 시장 활성화는 시간문제다.

 

앞서 작년 12월말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규정을 폐지했다. 그동안 3주택자와 2주택자에게 각각 60%, 50%의 양도세율을 부과해 왔는데 이를 일반세율(6~38%)로 바꾼 것이다. 양도세 중과 조치는 2009년부터 1년씩 계속 유예돼 왔지만 언제든 부활할 수 있어 다주택자를 위협해 왔다.

 

작년 8월 28일부터는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율도 인하됐다.(4%→6억 이하 1%, 6억~9억 2%, 9억 초과 3%)

 

이처럼 정부가 앞장서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이유는 이들을 주택시장 정상화의 불쏘시개로 삼기 위해서다. 냉골이 된 주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선 실수요는 물론 어느 정도의 투자(투기)수요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주택자는 전월세 시장의 공급자여서 전세난 해결에도 유용한 카드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4.1대책에서 준(準)공공임대 제도를 도입해 민간이 보유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 임대기간과 임대료 인상률은 제한하는 대신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다주택자는 시장 침체기에는 약(藥)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시장 과열기에는 독(毒)이 될 수 있다. 투기세력이 돼 집값을 끌어올리고, 시세차익을 독식해 무주택 서민에게 상실감을 주는 것이다. 지난 2005년엔 아파트 36채를 보유한 무속인 김 모 씨가 투기혐의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정부는 다주택자가 독이 되지 않도록 공공임대 물량 확보와 세제 정비 등 다양한 안전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 다행히 앞으로 상당기간은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여 다주택자가 투기꾼으로 변신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주택자는 총 136만5000명에 달한다. 다주택자 가운데 2주택자가 115만4000명으로 가장 많고 ▲3채 12만2000명 ▲4채 2만8000명 ▲5채 1만3000명 ▲6~10채 2만9000명 ▲11채 이상 1만9000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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