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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vs多주택자]김현미가 꺼내든 '왝 더 독'

  • 2017.06.28(수) 15:29

다주택 투기수요 '적'으로 몰아붙인 이유
'수요억제' 방향 선명해졌지만 구두개입은 한계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든다'는 뜻의 '왝 더 독(Wag the Dog)'은 주식시장에서 흔히 선물시장에 의해 현물시장 가격이 좌우되는 현상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작은 변인(變因)이 주류시장의 큰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발언은 이런 '왝 더 독'을 연상케 한다. 그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라며 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쏘아붙인 다주택자의 거래 건수가 실제로는 매우 적었다는 점에서다.

 

그렇다면 김 장관은 왜 취임식장에 슬라이드를 띄우면서까지 다주택자를 겨냥했을까?

 

◇ 시장 흔든 건 '투기수요'라는데

 

"공급부족 때문이라면 실수요자들이 많이 몰렸겠지만 올해 5월 무주택자가 집을 산 비율은 전년 동월 대비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증가세를 보였을까? 바로 집을 세 채 이상 가진 사람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사람들은 5주택 이상 보유자였다."

 

김 장관이 설명 자료로 가장 먼저 꺼내든 것은 주택소유(가구수)별 전국 거래증감율이었다. 집값이 들썩인 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주택 구입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 4구가 더 심했다는 통계를 들이댔다. 아래는 김 장관이 5주택 이상자의 주택거래 건수가 급증한 게 시장 불안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논리를 설명한 그래프다.

 


이런 통계는 국토부에서 통상적으로 만들어오지 않던 것인데, 김 장관이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보유주택수 별로 거래 통계를 뽑아보라고 직접 주문하자 국토부에서 부동산거래 관리시스템(RTMS)과 건축물대장을 조합해 작성했다는 것이다.
 
장관에 오르기 전 '정치인 김현미'의 뇌리에 '다주택자=투기 조장자'라는 틀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제는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당론도 이와 유사하다. 김 장관은 과거 당 내에서 주거복지특위, 가계부채특위 등의 활동을 했다.
 
하지만 전체 거래량을 볼 때 다주택자들의 거래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5월 전국 주택 거래량 8만2679건 중 김 장관이 지목한 5주택 이상 보유자의 거래량은 2181건, 2.6%에 불과하다. 서울 송파구의 경우 무주택자는 755건을 거래했지만 5주택 이상자는 9건 밖에 안된다.
 

 
◇ 그럼에도 다주택자 겨냥한 이유

 

5주택 이상자의 거래가 전년 동월보다 늘어난 것이 정말 시장 불안요인이 될까? 김영국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의 설명은 이렇다.

 

"차량 수용 한계가 400대인 길에 차가 403대만 돼도 정체가 시작된다. 다주택자들의 투기성 수요가 주택 호가를 올려놓으면 그 가격이 정상가격으로 바뀌고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 이런 투기성 수요가 작년보다 늘어난 점이 시장 불안을 키운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거래량은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무주택자와 '갈아타기' 용도로 거래한 일시적 2주택자가 많았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을 투기세력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가 산 집이 무주택자가 산 집보다 가격이 더 높을리 없는데 다주택자 수요가 시장을 교란했다고 볼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장관이 강하게 다주택자 투기수요를 다그친 이유는 뭘까. 국토부 안팎에서는 이번 대책의 강도가 낮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도 "이번 대책은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에 집중됐는데 아직도 이번 과열양상의 원인을 공급부족에서 찾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고,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집값이 불안하게 뛰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공급 부족이라고 말하면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힘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주택당국 안팎에 강조한 메시지다. 본인 취임 전 발표된 6.19 대책이 성에 차지 않았다는 점과 앞으로 직접 내놓을 대책은 더 셀 것이라는 예고를 취임사에 담았다는 것이다.

 

◇ '주택시장 투기 척결' 나팔수?

 

 

다시 말하면 김 장관은 집으로 돈을 벌려는 행위를 투기라고 보고 주택시장에서 청산해야할 '적폐'로 규정한 것이다. 이렇게 다주택자의 수요를 시장 불안의 주요인으로 상정하고 정책을 편다면 어떤 방향이 될까. 

 

현재 조정대상지역 지정제도를 통해서 분양권 전매금지, 1순위 청약 제한, 재당첨 금지 등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더해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 박근혜 정부시절 폐기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의 조치가 나올 수 있다. 금융규제 측면에서도 8월로 예상되는 가계부채 대책에 주택 보유수에 따라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이런 세제나 금융 정책의 변화는 국토부 소관이 아니다.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의 조율로 각각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에서 다뤄질 문제다.

 

김 장관이 편법소지가 있다고 본 29세 이하 주택 거래를 들여다 보는 것도 국세청 소관이다. 그는 지난 5월 강남4구에서 29세 이하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대비 54% 늘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대선 때 미디어본부장을 맡을 정도로 여론관련 업무에 능하다. 청문회에서도 "아직도 아파트 융자금을 갚고 있다. 아파트 한 채를 온전히 보유하지 못한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처음이라더라"며 무주택자들의 감성을 흔들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수요 억제 중심의 주택정책을 끌고갈 여론 기반을 형성하는 '나팔수'가 그에게 주어진 '사명(使命)'일 수 있다.

 

한 주택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국토부 장관이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스탠스를 쇼잉(showing)한 것만으로도 구두개입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그런 효과는 잠깐이란 게 함정이다. 참여정부 때도 수요억제책만으로는 시장 안정을 불러오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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