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전월세 임대소득 세원 파악을 위해 다주택자 전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투기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올랐다는 판단이어서 국세청 전수조사가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카드로도 쓰임새가 있어 보인다.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개최한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한승희 후보자는 "누락된 임대소득 파악이나 자금출처에 대한 조사가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며 전수조사 검토 의사를 밝혔다.
기재위 소속 박주현 의원(국민의당)은 "다주택자가 187만명에 달하지만 국세청에 임대소득을 신고한 인원은 4만8000명으로 2.6%에 불과하다"며 다주택 임대소득자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수조사란 말 그대로 모집단 전체를 조사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들은 모두 국세청 조사를 받게 되는 것일까. 박주현 의원과 한승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나눈 질의응답부터 살펴보자.
- 국세청에 막강한 조사권한이 있는데 왜 임대소득 파악을 안합니까?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 되는데도 국세청이 사후검증한 건수는 500건에 불과해요. (박주현 의원)
▲ 실질적으로 과세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을 추려서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
- 전수조사하시면 돼요. 모든 자료가 다 있습니다.
▲ 예, 앞으로 하겠습니다.
- 전세자금도 9억원 이상에 대해서만 자금 추적하고 있죠. 자녀에게 10년에 5000만원 이상 증여하면 과세하는데 5000만원부터 9억원 사이는 복불복입니까?
▲ 예, 앞으로 탈루혐의가 명백한 사람에 대해서는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 추적 대상을 9억원에서 더 낮추겠습니까?
▲ 예, 검토하겠습니다.
- 주택 관련해서 30대는 2억원, 40대는 4억원으로 아예 증여추정 배제하는 것도 정당하지 않습니다.
▲ 염려하시는 바에 대해 잘 검토해서 하겠습니다.
▲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다주택자 중 임대소득자만 조사
대화 내용의 골자는 다주택자 전수조사, 전세자금 출처조사, 증여추정 배제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끈 분야는 다주택자 전수조사로, 이는 다주택자 중 임대소득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현행 세법에는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다주택자에게 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는데, 2019년부터 임대소득 2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도 세금을 내도록 돼 있다. 2주택 이상 소유한 월세 집주인이나 3주택 이상 소유한 전세 집주인(보증금 합계 3억원 초과)이 과세 대상이다.
박주현 의원실 관계자는 "다주택자 전체를 조사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임대소득 과세대상자를 중심으로 사후검증을 늘리라는 것"이라며 "국세청이 임대소득 신고 안내장을 38만건 보냈는데 신고는 5만건 수준에 불과하니까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국세청의 전수조사 대상자는 임대소득 2000만원 이상이면서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다주택자가 1순위, 임대소득 2000만원 미만으로 2년 후 과세될 대상자가 2순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주택을 5채 넘게 소유하면서도 임대소득 신고를 누락한 경우에는 고강도 세무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 전세자금 9억 이하도 출처 조사
고액 전세 세입자에 대한 국세청의 자금 출처조사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국세청은 서울 강남이나 용산지역의 고액 전세자에 대해 수시로 자금 출처 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추징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국세청이 2015년에만 175만 건의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확보했지만 실제로 자금 출처조사에 나선 고액 전세자는 62명에 그쳤다. 국세청의 고액 전세자금 추적 기준(9억원)이 너무 높게 설정돼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증여세의 과세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자금출처 조사 기준을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자금 조사 기준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다뤄졌다. 당시 김현미 의원(현 국토교통부 장관)은 "확정일자 수집 건수에 비해 고액 전세에 대한 조사가 너무 적다"며 "자금출처 조사 기준을 낮추고 조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임환수 국세청장은 "전세자금 기준이 9억원 이하라도 조세 탈루 혐의가 발견되면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인력을 적절히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증여추정 배제 '재검토'
국세청이 내부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증여추정 배제 원칙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의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제31조)에 따르면 세대주를 기준으로 30세 이상인 경우 주택 취득가액 2억원까지, 40세 이상은 주택 취득가액 4억원까지는 자력으로 취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30대 신혼부부 전셋집의 경우 2억원까지는 자금 출처를 묻지 않는다는 의미다. 만약 부모로부터 전세자금을 물려받더라도 국세청이 일일이 조사에 나서지 않는 것도 이 규정 때문이다. 다만 부모가 자녀에게 5000만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주면 증여세 과세대상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언제든지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
한 후보자가 증여추정 배제로 인한 과세 사각지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배제 기준을 낮추거나 자금출처 조사 건수를 늘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증여추정 배제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증여세 납부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국세청 인력의 한계로 인해 고액 전세자를 모두 조사하긴 어렵지만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