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 나는 뭘 좀 아는 놈, 오빤~ 강남스타일.
나를 포함해 강남 부자들은 정말 뭘 좀 아는 친구들이다. 집값이 그렇게 오를 줄 말이다. 1000만원짜리 주공아파트가 10억원 갈 줄 말이다. 정부가 세금 폭탄을 터뜨려도, 목숨 줄 죄듯 은행 돈 줄을 조여도, 우리 부자들은 투자와 투기를 벗 삼아 뚜벅뚜벅 걸어왔다.
우리가 마이웨이 할 수 있는 배포는 경험에서 나온다. 강남 개발로 돈 방석에 앉은 아버지 세대는 이런 소중한 경험을 물려줬다.
우리 세대도 2000년대 들어 돈이 돈을 버는 금융 자본주의의 꿀을 빨아봤다. 레버리지의 미학이라던가. 1억을 빌려 사둔 아파트가 몇 달 새 1억원 오르면서 은행 빚은 곧 재산이 됐다. 이런 재주를 몇 번 부리자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5억, 10억을 빌려 투자한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됐다.
노무현 정부는 불로소득을 잡는답시고 하루걸러 한 번 씩 규제 폭탄을 쏟아냈지만 그 때뿐이었다. 우리는 용케 아니 확실하게 살아남았다. 그 과정에서 강남불패의 믿음은 신념이 됐다.
나를 비롯한 강남 부자의 배를 불려준 건 무언가. 강남 부자는 현금 부자도 있지만 태반은 땅 부자, 건물 부자, 아파트 부자다. 환금성이 뛰어난 아파트, 특히 재건축은 우리 세대를 부자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사업 변곡점마다 점프하듯 가격이 치솟았다. 안전진단으로 1억, 사업시행인가로 1억 이런 식이다. 재건축에 가해지는 규제는 악재가 아니라 호재가 됐다. 모든 아파트가 재건축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아니어서 규제를 벗어난 단지는 풍선효과를 누렸다.
여기저기 재건축 졸부들이 생겨나자 재건축은 부의 신화가 됐다. 불을 좇아 날아드는 부나방처럼 돈을 좇아 몰려드는 투자자, 투기꾼들로 강남은 항상 수요초과시장이 됐다. 공급은 없는데 수요가 넘쳐나니 집값은 오를 수밖에.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을 들이댔지만 역부족이었다. 공급을 늘려 수급 균형점을 잡아보겠다던 강남 대체 신도시(판교, 위례, 동탄2)는 마른 벼락으로 끝났다. 대체는 대체일 뿐 강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강남 부자들은 기다림의 소중함도 안다. 비가 올 때는 비가 그칠 때를, 바람이 불 때는 바람이 멈출 때를 기다린다. 폭풍우에 맞섰다간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기 십상이다. 박근혜 정부가 묶인 규제를 풀면서 우리에게 러브콜을 보낼 때도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렸다.
지난해 하반기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국정 공백기야말로 재테크의 '물실호기(勿失好機)'란 걸 경험으로 안다. 새 정부가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선수를 쳐야 했다. 금융위기 후 잠복기 동안 쟁여놓은 실탄도 충분했다.
8월2일, 새 정부가 우리의 손발을 묶기 위해 카드를 꺼낸다고 한다. 예상보다 빠른 행보다. 하지만 안 봐도 알 것 같다. 기시감이라고 했나. 노무현 정부 때 했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금융규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이 다시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다시 비바람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려야 한다. 우린 뭘 좀 아는 놈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