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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등DNA 심었는데...

  • 2014.02.11(화) 14:02

삼성전자 출신 인사들이 그룹 계열사와 다른 기업으로 속속 옮겨가고 있다.

 

삼성그룹은 작년 12월초 사장단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삼성전자의 성공 경험을 계열사로 전파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동수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삼성SDS 대표로, 이선종 재경팀장(사장)이 삼성벤처투자 대표로, 조남성 LED사업부장(부사장)이 제일모직 대표로, 원기찬 인사팀장(부사장)이 삼성카드 대표로 각각 이동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27일 KT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1등 KT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지난달 22일 정보통신 기술·성장추진 총괄직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 삼성전자 최고기술경영자CTO)와 신사업팀장을 지낸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앉혔다. 또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삼성전자 출신의 시스템반도체 전문가인 서광벽 부사장을 미래기술 전략 총괄로 영입했다.

 

이밖에 동원 F&B는 삼성전자 전무 출신으로 경영혁신단을 이끈 경험이 있는 박성칠 사장에게 지휘봉을 넘겼으며 넥센타이어도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이현봉 부회장에게 조직의 미래를 걸었다. 동부그룹에는 허기열 동부 사장(삼성전자 부사장), 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삼성전자 부사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1등 DNA가 세상에 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1등 DNA가 뿌리내리면 머지않은 장래에 1등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길지도 모른다.

 

삼성 DNA의 핵심은 ①소니(TV)를 꺾고 애플(스마트폰 점유율)을 꺾어본 성공(1등) 경험 ②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혁신(조직·경영) 노하우 ③치열하게 일하는 열정과 지독한 승부 근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1등을 해본 경험이 있어야 1등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위기경영, 마하경영 속에서 혁신을 거듭해 온 경영 노하우도 소중한 자산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DNA를 기반으로 휴대폰, 반도체, TV 시장에서 내수와 글로벌, 선진국과 신흥국, 로우엔드(Low end : 중저가)와 하이엔드(High end : 고가)를 모두 장악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전체 수익의 96%(36조7850억원)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DNA 이식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이 따른다. 예상치 못한 복병도 있다. DNA가 성공적으로 이식돼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주는 자의 입장보다 받는 자의 자세와 준비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종자가 우량해도 밭이 척박하거나 풍토에 맞지 않으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남쪽에 귤나무를 심으면 귤이 열리지만 북쪽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열리는 것(橘化爲枳)과 같은 이치다.

 

삼성 DNA를 주입한다고 모두 삼성이 될 수는 없다. 삼성이 되기는커녕 안티 삼성이 되기도 한다. 경영 전문가들은 “임직원들은 모두가 CEO를 목표로 삼고 일하는데 외부에서 낙하산이 떨어지면 반발심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라며 “내부 시스템을 존중하면서 경험을 전파하도록 조율해야 윈-윈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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