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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 최부잣집을 생각한다

  • 2014.01.27(월) 15:12

1920년대 초, 개츠비(The Great Gatsby, 스콧 피츠제럴드, 1925)는 옛 연인 데이지를 찾기 위해 돈을 긁어모은다.

 

금주법을 역이용해 밀주를 만들고 부실 회사의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유통시키고 도박판에서 일확천금을 노린다. 돈을 벌기 위해 조직폭력배와의 결탁도 서슴지 않는다. 1차 세계대전의 전리품으로 유럽에서 엄청난 돈이 유입되면서 주가는 연일 폭등한다. 개츠비는 개처럼 벌어들인 돈으로 대저택을 장만하고 주말마다 광란의 파티를 벌이고 노란색 롤스로이스를 타고 욕망의 거리를 질주한다.

 

1980년대 말, 조단 벨포트(The Wolf of Wall Street, 마틴스콜세지, 2013)는 주식 중개인으로 크게 성공한다.

 

타고난 언변으로 투자자들을 구워삶아 회사를 키워나간다. 상위 1% 부자에게 잡주(penny stock)를 팔 때만해도 능력자로 보였지만 그도 주가조작이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구린 돈을 스위스 비밀은행에 예치하고 FBI 요원을 매수하려 든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자본주의의 민낯이 까발려지기 전까지 월스트리트는 욕망을 향해 달리는 폭주기관차였다.


‘돈의 맛’에는 치명적인 독이 들어있다. 얼치기 졸부들은 해독을 위해 마약과 섹스에 탐닉하지만 결말은 언제나 파멸 뿐이다. 조단 벨포트는 처음엔 돈을 벌기위해 마약과 여자에 손댔지만 나중엔 마약을 끊지 못해 돈을 번다. 결국 남은 것은 늑대요 사라진 것은 인간이다.


존경받는 부자와 자본가들은 돈의 맛을 즐기려면 기부와 자선, 사회공헌에 나서야 한다고 행동으로 가르친다. '배부른 돼지'들이 난장을 벌여도 세상을 이끌어가는 건 '배고픈 소크라테스'다.


경주 최 부잣집의 육훈(六訓)은 탐욕스런 자본(가)주의에 대한 경종이다. ①과거를 보되 (벼슬은) 진사 이상 하지 마라.(정치(권)에 휘말리지 마라.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의 국민당 창당에서 보듯 정치적 재물이 되기 십상이다. 불가근불가원이 답이다.) ②만석 이상의 재산은 쌓지 마라.(욕심을 부리지 마라. 문어발식 확장에 나섰다가 본전도 못 건진 웅진, STX 사례가 대표적이다.)


③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인정을 베풀어 적을 만들지 마라.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 서비스를 제공해야 성공한다. 사회공헌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④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없는 자를 착취하지 마라. 불황기에 부도난 업체를 인수·합병해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구조조정은 독이 된다.)


⑤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오너가 먼저 근검절약을 실천하라. 불황이라고 맹목적으로 사람을 자르기보다 내부의 낭비요인은 없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 ⑥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기부와 자선을 통한 부의 사회 환원은 상생의 기본이다. 존경 받는 기업으로 인정받아야 영속 기업이 될 수 있다.)

최부잣집 : 신라 최치원이 시조인 경주 최씨 가문 중 조선 중기 무신이던 정무공 최진립(1568∼1636)을 중시조로 하는 종가. 최부잣집은 최진립의 셋째아들 최동량의 장남 최국선(1631~1682)이 만석꾼의 부를 축적하면서 얻은 이름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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