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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과일에 담긴 꿈

  • 2014.09.05(금) 08:21

 

추석 차례 상에는 여러 햇과일이 오르는데 기본이 조율이시(棗栗梨柿), 대추, 밤, 배, 감이다. 그리고 홍동백서(紅東白西), 사과가 추가 된다. 모두 전통과일로 각 과일에는 나름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라면 배를 먹으면 좋다. 동의보감에 답답한 가슴과 심열을 풀어준다고 했으니 한 입 베어 먹으면 화병이 낫고 스트레스가 날아간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배로 함소리(含消梨)가 있다. 얼마나 향기롭고 물이 많은지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파도가 칠 정도라고 했다. 그러니 답답한 가슴쯤은 단번에 풀어줄 것 같은데 본초강목에서 병도 능히 치료한다고 확인했다. 다만 지금은 함소리 품종은 없으니 신고 배로 대신할 수 밖에 없다.

배가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기원전 2세기 때의 인물, 동방삭은 배는 신선의 땅에서 자라는 나무이니 먹으면 신선이 된다고 했고, 조선의 실학서 지봉유설에도 배 이(梨)자는 가슴에 이로운(利) 과일이라서 생긴 글자라고 풀이했다.

대추는 여러 사람한테 이롭다. 먼저 고운 피부를 꿈꾼다면 추석 차례 후 대추부터 음복하는 것이 좋겠다. 중국 속담에 하루 대추 세알을 먹으면 평생 늙지 않는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대추 역시 배와 함께 신선이 먹는 과일로 꼽는다. 당나라 측천무후와 청나라 서태후는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두 여걸로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였다고 하는데, 피부미용의 비결을 수시로 대추를 먹었던 것에서 찾는다.

아이를 원하는 부부한테도 좋다. 결혼식 후 폐백을 드릴 때 새색시 치마폭에 대추와 밤을 던지는 이유인데, 대추와 밤에는 아이를 가지라는 축원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2천년 넘게 이어진 풍속으로 흔히 한자로 대추(棗)와 밤(栗)을 합치면 빨리 아이가 생긴다(早立子)는 말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사실은 고대 북방에서는 대추와 밤이 중요한 양식이었기에 풍요와 다산을 의미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자녀의 출세를 기원한다면 밤을 먹는 것이 좋다. 밤은 한 송이에 밤알이 세톨 씩 들어있기에 삼정승을 상징해 출세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조금 억지스런 느낌이 없지 않지만 우리 밤이 그만큼 좋았기에 나온 소리가 아닌가 싶다. 옛날 우리 밤은 정말 먹음직스러웠던 모양이다. 고려 풍속을 기록한 고려도경에는 밤 크기가 복숭아만하다고 했고,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도 마한의 밤은 배만하다고 했으니 품종이 개량된 요즘 밤이 오히려 초라할 정도다.

절실한 소원에는 감이 효과가 있다. 감에는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라는 '만사여의(萬事如意)'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조상님은 감 예찬이 대단했다. 감에는 일곱 가지 장점이 있으니 감나무는 수명이 길고, 잎이 풍성해 그늘을 만들며, 새가 둥지를 짓지 않고 벌레가 꼬이지 않으니 청결하고, 단풍이 아름답고 열매는 맛있는데다 잎사귀가 커서 글씨 연습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을 선비와 학문의 상징으로 삼았다.

가장 친숙한 과일인 사과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아마 사과가 토종과일이 아닌 병자호란 이후에 전해진 외래과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추석을 맞아 재미삼아 알아본 햇과일 이야기다. 올 추석, 혹시 과일에 담긴 의미를 좇아 먹으면 소망이 실현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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