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버지를 여읜 이우직 군은 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모두 어머니께 드릴 생각이다. 평소에 효심이 지극하고 매사에 올바른 행실만을 고집하는 이군은 어머니가 살아계신데 감히 자녀들이 재산을 넘봐선 안된다고 믿고 있다.
이군의 동생인 이지혜양은 이런 오빠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 역시도 어머니가 우선 순위이고 감히 부모의 재산을 탐하는 자식이 되고 싶진 않지만, 장기적인 차원의 세금문제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신설동의 20억원짜리 상가와 1억원짜리 오피스텔, 사망보험금, 예적금, 주식 등 금융재산이 5억원이 되어 총 26억원에 달하나 상가에는 5억원 정도의 보증금이 잡혀 있어 순자산으로는 21억원 정도이다.
추정컨대, 상속공제는 배우자공제 9억원과 일괄공제 5억원, 금융재산공제 1억원 등이 반영돼 총 15억원의 상속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상속세 과세표준은 순자산 21억원에서 상속공제 15억원을 뺀 6억원이며 결과적으로 상속세는 1억8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지금 당장의 상속세는 어머니가 9억원 이상만 상속받는다면 배우자공제의 최대치가 9억원이므로 달라질 게 없다. 이우직 군의 주장대로 어머니께 전부 드려도 세금상의 불이익이 현재로서는 없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어머니도 결국에는 돌아가신다는 점이다. 통계학적으로 한국인의 평균수명 및 남녀결혼연령을 감안할 때, 남편이 부인보다 8~10년 정도 먼저 사망하게 된다. 다른 말로 하면, 남편 사망 후 10년이면 아내 역시 사망하게 될 확률이 높아 배우자의 사망에 따른 소위 2차 상속이 발생한다. 문제는 상속세다. 2차 상속시에는 배우자가 이미 사망한 터라 배우자 상속공제를 한푼도 받을 수 없다.
상속재산이 20억원이 넘는 이씨의 경우에도 배우자 상속공제를 9억원이나 받았기에 상속세를 1억원 남짓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남긴 20억원이 그대로 아내에게 넘겨져서 10년 후에 20억원에 대한 2차상속이 발생한다면?
상속세는 무려 4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현실적으로는 20억원이 되는 자산이 10년 동안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므로 그 증가분까지 감안하면 상속세는 더욱 커질 것이다.
딸인 이지혜양은 바로 이러한 부분을 염려하고 있다. 비록 이우직 군이 요새 젊은이들과는 달리 잇속을 챙기지 않고 혼자된 어머니를 우선시하는 마음 자체는 훌륭하지만, 상속세 절세를 위해선 보다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물론 어머니의 안락한 노후가 최우선시 되어야겠으나, 안정적인 노후자금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굳이 어머니에게 과도한 자산이 상속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혹시 자녀들에게 상속될 경우 사업상의 위험, 재산분할 분쟁 등의 다른 골칫거리만 없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배우자 공제를 최대 한도치인 9억원까지 받기 위해서는 어머니에게 최소 9억원의 재산이 이전되어야 한다. 세무사는 이번 사례의 경우 두 가지 정도의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신설동 상가의 순자산이 15억원이므로 이중 60%인 9억원은 어머니가, 나머지 40%는 자녀들이 갖게 하고 나머지 재산들은 모두 자녀들에게 배분하는 방법이다. 이럴 경우 어머니는 상가에서 발생하는 본인 임대소득으로 노후를 보내고, 10년후에 돌아가신다고 가정하면 2차 상속세는 1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세금은 아버지가 남긴 금융재산으로 문제없이 납부 가능하다.
두 번째 대안은 금융재산 5억원과 오피스텔 1억원 그리고 신설동 상가지분 20%를 어머니께 분배하는 것이다. 이 경우 어머니는 오피스텔과 상가에서 나오는 월세에다가 금융재산을 사용하여 노후를 넉넉히 보내실 수 있다. 만약 금융재산 5억원을 10년 내에 소진시킨다면 어머니 사망시 2차 상속세는 한푼도 낼 필요가 없게 된다.
세무사가 제시한 두 가지 제안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간에 2차 상속세는 최초 이우직 군의 주장처럼 어머님께 전부 상속하는 방식 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물론 상속재산 분할은 피상속인을 둘러싼 가족관계와 과거의 이력, 현재의 사업상황 및 형제간의 이해관계 등 여러가지 문제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다.
다만, 이렇게 얽히고 설킨 상황은 모두들 다를지라도 하나의 공통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다름아닌 절세이고, 이는 반드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돼야 한다. 장기적인 차원의 상속세 대비를 위해서는 배우자공제 및 상속세 납부와 2차 상속세 등을 고려한 지혜로운 상속재산 분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