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로무역에 다니는 기가찬 과장은 10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나름의 재테크 비법을 터득했다. 2년 전 캐나다를 방문했을 땐 한국에서 150만원 넘는 가격에 팔리는 구스다운을 90만원(원화환산)에 샀다. 중고나라에 팔아도 1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는 제품이었다. 기 과장이 이런 식으로 '득템'하는 것을 지켜본 지인들은 그의 출장소식이 들리면 지금도 "○○좀 사오라'는 부탁을 하곤 한다.
가상의 사례지만 기 과장의 재테크 기법은 특별한 게 아니다. '일물일가의 법칙'에 따르면 한국이든 캐나다든 동일한 물건의 가치는 어디서나 같다. 운송비와 관세 등 상품을 들여오는데 따라붙는 비용을 제외하면 말이다. 만약 가격이 다르면 그 틈을 차익거래자가 파고든다. A나라에서 금 한돈(3.75g)을 60만원에 팔고 있는데, 바로 옆 B나라에선 80만원에 팔고 있다면 A나라에서 금을 구입해 B나라에 팔면 차익을 챙길 수 있다.
그렇다면 햄버거는 어떨까? 맥도날드가 판매하는 햄버거 '빅맥'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품질·크기·재료가 비슷하다. 그런데 각 나라마다 판매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빅맥지수'라는 것도 만든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에선 4300원에 판매하는 빅맥을, 일본은 370엔(약 3780원)에 팔고 있다. 한국이 520원 비싸다.
한국의 빅맥이 일본보다 비싼 이유는 두나라의 물가와 환율 차이 때문이다. 빅맥에 들어가는 쇠고기 패티는 한일 모두 호주와 뉴질랜드산을 쓰더라도 햄버거빵과 토마토, 양상추 등은 원재료 공급처가 다르다. 인건비와 임대료도 마찬가지.
특히 한국 맥도날드는 일본보다 가격을 더 많이 인상했다. 2005년 한국의 빅맥 가격은 2500원이었는데 현재는 4300원으로 72% 올랐다. 같은 기간 일본의 빅맥 가격(250엔→370엔)이 48% 오른 것에 비해 인상폭 자체가 컸다.
여기에 엔화마저 약세를 보여 한일 양국의 빅맥 가격차를 키웠다. 빅맥지수로 볼 때 가장 최근 한국의 빅맥가격이 일본보다 비싸진 것은 2013년부터다. 이 시기 100엔당 1120원대 하던 엔·원 환율(평균)은 지난해 100엔당 934원대로 떨어졌다. 같은 빅맥인데 환율 덕에 한국보다 일본에서 살때가 더 저렴해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재테크의 달인' 기 과장은 이번에도 빅맥을 활용해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 산 빅맥을 한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환불받으면 520원이 손에 떨어질 수 있는데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 과장의 재테크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 맥도날드는 햄버거를 구매한 매장에서만 환불을 허용한다. 기 과장은 눈에 보이는 차익거래 기회가 있음에도 마음에 묻어둬야한다.
그를 더 안타깝게 하는 건 한국에서 빅맥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맥도날드는 이달 11일부터 빅맥을 포함해 총 17개 제품의 가격을 100~200원 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한국 맥도날드 측은 "각종 제반 비용 상승 등 대외 변수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한국의 빅맥 가격(달러화 기준)은 전세계 44개국 중 10위 수준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빅맥인데 또 오른다. 기 과장은 기가 차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