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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국회 경제테마]① 대기업 지배구조 바뀔까

  • 2013.09.02(월) 14:38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결정적 변수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9월 정기국회가 100일 간의 일정으로 2일 개회됐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경제민주화 법안 '2차분'을 비롯해 상법 개정안 등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자본들도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법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고, 금융업에 대한 대기업 규제, 외국인 투자 촉진, 노동자 권익 강화, 대형 포털 관련 법안 등도 여야 협상 결과에 따라 '재계 지형'이 바뀔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다.

 

비록 민주당의 장외투쟁과 '이석기 변수'로 파행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민생 관련 법안 처리가 마냥 미뤄질 수는 없을 듯하다.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주요 경제법안을 테마 별로 살펴보고 그 통과 가능성을 전망해 본다. 첫 회는 대기업 규제 강화와 관련된 법안들이다.

 

 

◇ 최대 이슈, 상법 개정안

 

법무부가 제출한 상법 개정안은 여야 간에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는, 이번 정기국회의 가장 '핫(hot)'한 법안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행 임원제 등 이사회의 감독기능 강화 ▲다중대표 소송제 ▲전자투표제 등이 주요 내용.

 

재계는 이 개정안이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파괴적 개정안'이라며 거세가 반대하고 있다. 우선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 진다며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 감사위원 선출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기업을 포함한 146개 상장사가 투기자본에 노출돼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집행임원제의 경우 집행임원과 이사회의 의견 불일치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국제 투기자본의 '먹튀'나 경쟁업체의 소송 남발로 경영에 전념할 수 없도록 만들 것이라며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오찬 간담회(사진)에서 10대 대기업 총수들에게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걱정 말라"는 언질을 줬다. 재계의 백지화 요구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그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하여 추진할 것"이라고 재계를 달랬다.

 

 

정부와 새누리당, 청와대는 이보다 하루 앞서 비공개 회의를 갖고 상법개정안의 수위를 낮추거나 시행시기를 조절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집중투표제는 일단 시행을 보류하는 쪽으로 정리되고, 감사위원을 일반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토록 한 개정안 내용은 감사위원 전체가 아닌 1~2명만 일반이사와 따로 선출한다는 대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ㆍ비상장 관계없이 자회사에 대해서도 집단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은 대주주 지분이 50%이상인 비상장 자회사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즉시 도입키로 한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2015년으로 시행시기를 늦추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상법개정안 후퇴 발언에 대해 "사실상 경제민주화 포기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재벌에 백기투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움직임도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상법 개정안이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훨씬 앞서나간 '급진적'이라며 원안을 수정할 움직임이다. 반면 민주당은 당연히  원안 고수를 외치고 있다.

 

여러 변수 중 하나는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 위원장이 야당 몫으로, '열혈투사'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사진)이라는 점이다. 상법이 실제로 어떻게 개정될 지는 이번 국회 회기 내내 법사위에서 벌어지게 될 여야 간 싸움과 협상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 '순환 출자 금지'…예외 조항 도입되나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인 대기업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박근혜 대통령 경제민주화 공약의 '하이라이트'이다.

 

대기업 계열사 A사가 B사 지분을 소유하고, B사는 C사, C사는 다시 A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재벌 총수는 1% 안팎 지분으로도 전체 계열사를 장악할 수 있다. 이를 개혁해 재벌을 견제하는 것이 경제민주화 공약의 주요 핵심이었다.

 

공정거래법은 이미 올 상반기 일감몰아주기 규제 및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차례 개정된 상태인데, 이번 2차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 계열사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신규순환출자로 인해 대기업 부실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막는 것과 함께 계열사 돈을 이용해 덩치를 키워온 대기업들의 행태를 막겠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이 역시 재계의 반대가 간단치 않다. 순환출자를 막으면,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신규투자가 어려워져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경영권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외국계 투기 자본 등의 적대적 M&A 먹잇감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은 국내 10대 그룹 중 순환출자 구조가 있는 삼성, 현대·기아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 6개 그룹이 순환출자 해소에 총 14조6000억원을 써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선 순환출자 금지에 대한 '수정' 기류가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는 여전히 강력 추진을 공언하고 있지만 다른 경제 부처 일부에서는 건설, 해운 조선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은 예외로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들 업종에 신규 순환출자를 막으면 증자를 통한 계열사 구조조정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때문이다.

 

새누리당 소속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사진)은 언론 인터뷰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는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세부 조정작업을 벌일 것"이라며 "예외조항을 두는 방안에 대해서도 야당과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등 야당은 "박 대통령과 여당이 재벌개혁을 포기했다"며 극력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사진)이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한 발 더 나아가 신규 순환출자뿐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도 3년 유예기간 내에 해소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대기업 규제와 관련해 이런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경제 엔도르핀 국회'로 하자는데, 이는 말도 안된다. 대기업 규제를 풀어줘 재벌 대기업들을 신나게 해주는 '재벌 엔도르핀 국회'로 만드려고 하고 있다"라는.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느냐 마느냐, 법 조문 하나 하나를 놓고 정무위에서는 여야 간 쉽지 않은 협상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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