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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⑪첫 국민토론회…무슨 얘기 오갔나

  • 2018.09.18(화) 10:29

17일 서울지역 토론회.. 110분간 질의응답 이어져
"국가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더 내고 더 받아야"

“국민연금의 자기반성이 먼저다.”

“더 이상 불신을 방조하지 말고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라.”

"보험료 인상을 검토한다는데 지금 내는 보험료도 벅차다.”

 

국민연금 개편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논의를 앞두고 17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민토론회에서는 청년,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등 다양한 참석자들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이번 토론회는 연금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중요한 것은 행사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국민연금 개편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부터 [국민연금 개혁] 시리즈를 연속 보도해 온 비즈니스워치는 이날 토론회의 주요발언을 전문 형태로 소개한다. 한 참석자의 말처럼 국민연금의 실질적인 주인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연금 개혁으로 가는 여정에서 요식행위로 그쳐선 안 되며,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참고해야 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연금 제도 전반을 설명하는 사전 행사를 제외하면 오후 3시10분부터 5시까지 110분간 이뤄졌고 사전에 선정한 지정 패널 6명과 청중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패널을 제외한 청중들의 질의는 익명으로 처리했다. 문맥상 질문에 맞는 답변을 재배치했다. 질문자의 이름과 직책은 검정색, 답변자는 파란색으로 구분했다.

 

▲ 17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연금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청중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다음은 17일 열린 국민연금 토론회 주요 내용이다.

-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자) = 오늘 토론회는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토론 이슈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두 번째 우리나라 노후빈곤 문제가 심각한데 빈곤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적정 노후소득보장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이를 충족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현행 국민연금 제도 개선과 관련 꼭 개선됐으면 하는 사안을 논의하겠다.


최근 많은 국민들은 과연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많은 우려가 있다. 얼마 전 대통령께서도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는 국민 불안에 대한 응답이라 생각된다. 토론을 시작한다.

- 남태건 청년과 미래 서울지부 대표(지정패널) = 27살이다. 주변 친구들 의견을 들어보면 취직한 친구들은 지금 내는 보험료율 9%도 너무 많다고 한다. 제 주변의 많은 청년들은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많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대학원을 준비 중이어서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그렇다.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들도 많이 고려해 달라.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불만 중 가장 큰 불만이 기금운용 투명성과 사회에 대한 책임성이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최근 도입된 스튜어드십코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의 주주이면서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고 잘 운영해서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국민연금의 과오급금(잘 못 내준 돈)이 1000억원을 넘는다는 보도를 봤다. (참고: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2009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민연금 과오급금이 1073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도 관리해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지정 패널) =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해소 방안은 국가 지급보장이다. ‘국가가 지급보장을 한다’는 단어만 넣어주면 된다. 돈은 만들면 된다. 이것만 해주면 국민 불안은 해소된다.

-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지정 패널) = 소상공인으로 31살부터 시작해 23년째 음식업을 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든데 정치권이 신뢰 있게 해달라. 노르웨이가 노벨상을 운영하듯 한국은행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듯 국민연금도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게끔 해서 진정한 국민의 연금으로 가야한다. 정부가 지급보장해주고 해마다 적자가 났을 땐 공적자금 투입해서 계속 불려나가면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이 사라질 것이다.

 

- 이병도 서울시의회 의원(지정 패널) =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도 있지만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불신도 존재한다. 현실에선 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을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좀 더 크게 만든 측면도 있다. 그런 인식을 가지게 된 여러 상황 중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 되지 않고 여러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불신은 소통이 잘 안될 때 생긴다. 일회성 대화도 중요하지만 상시적으로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 답변 = 지급보장방안은 대통령도 얘기했고 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다. 국회에서 잘 논의되도록 하겠다. 사각지대 해소는 중요하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연금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최대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모두 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

 

- 청중 질문 = 일본도 연금 제도 개선에 4~5년 걸렸다고 한다. 연금은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공감하고 이해하는 게 중요한데 그런 것이 부족하다. 기금운용본부장 공석도 8개월째인데 이런 중요한 자리가 공석인 것도 문제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구성해야한다. 스튜어드십코드도 정치적으로 악용할 여지가 없는지도 잘 검토해야한다.

- 청중 질문 = 보험계리사 준비 중이어서 연금에 관심 많다. 왜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불신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을 더 목표로 하는 보험회사를 더 믿을까 생각해보면 가장 큰 차이는 보험회사는 계약이고 국민연금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계약은 사회적 변화가 생겨도 약관에 맞게 지급하는데 연금은 중간에 재정계산을 통해 소득대체율이나 보험료율이 변할 수 있다. 소득대체율을 낮추더라도 변경 전 가입기간에 대해서는 변경 전 소득대체율을 적용하고, 이후에 변경된 소득대체율을 적용하는 것을 법제화해야한다. 그래야 불신 해소에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다.

▲ 박정배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 답변 = 국민연금은 현재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삭감되면 삭감시점까진 60%를 적용하고 삭감이후 40%를 적용한다. 따라서 기대 이익이 침해되는 일은 있어도 이미 얻은 재산적 이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다. 현재 법에 명문화는 안 되어 있는데 명문화하도록 해보겠다.

- 청중 질문 =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 국민연금공단의 자기반성을 원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승계문제로 국민연금이 적게는 3000억원, 많게는 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데 그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반성할 줄 알았다. 이런 자리가 요식행위가 되면 안 된다. 자기반성을 먼저 해야 신뢰 회복이 된다. 이사장도 정치권에서 와서 2년 뒤 총선에 출마할 것이다. 이런 것이 불신의 원인이다. 여기서 얘기해도 국회를 통과 못하면 아무 것도 안된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야당 추천인사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국회에서 통과된다.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답변 = 삼성 합병 과정은 국민연금의 트라우마다. 국민들에게 엄청난 불신을 초래하고 지금도 불신이 지속되고 있다. 합병 시점엔 국회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였을 때이고 합병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정권이 바뀌고 국민연금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반성하고 혁신하고 미래로 나가자고 했다. 과거 정부에서 공단이 어쩔 수 없이 휘말려간 것에 반성을 했다. 국민들은 더 구체적인 보상이 있길 원하는데 그건 법원 판결과 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다. 국민연금이 정치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최근 여야4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만나 연금은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득실을 따지지 말고 국민노후를 위해 책임 있게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국회가 좀 더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 17일 서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연금 토론회에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 청중 질문 = 국민연금은 주식투자와 주식대여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와 주식대여는 국민 생활안정과 복리증진에 이바지해야한다는 전제가 있어야한다. 만약 그것에 위배된다면 불법이고 배임이다.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하면 공매도에 이용되고 주가하락에 이용된다. 주식대여가 과연 국민 생활안정과 복리증진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하는가. 즉각 주식대여를 중지하고 대여한 주식을 바로 회수해 달라.

▲ 최영민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분석실 연구원 답변 = 주식대여는 자본시장에서 허용되는 제도이고, 국민연금은 그 제도 하에서 일부분을 활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통해 주식시장을 하락시키는 가장 큰 원흉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대여시장에서 1% 이하 낮은 비중이다. 주가하락의 모든 원인으로 지목하는 건 오해다.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통한 이익은 연간 130억원 정도다. 130억원이면 3000명에 가까운 사람에게 노후 연금을 줄 수 있고 10년이면 1300억원이다.

 

국민연금은 누구를 위해 수익제고를 해야 하나. 주식투자하는 분을 포함해 주식투자 하지 않는 향후 연금을 받아야하는 모든 분들을 위해 수익을 제고해야할 의무가 있다. 선량한 관리자 의무에서 연간 130억원, 10년간 13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버려야하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해야할 부분이 있다. 공매도는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다. 그건 공매도라는 제도적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

 

- 최종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연구원(지정 패널) =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방조하지 말고 책임 있게 해달라. 연금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제도인데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국가 지급보장이 명료하게 명문화돼야 한다. 지급보장과 관련해서 대통령께서는 명문화한다고 했는데 보건복지부의 답변은 형식적으로 느껴진다. 좀 더 의지를 갖고 강조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1~3차 연금 개혁을 하면서 이해당사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해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을 위해 연금이 난도질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 사회적인 대화채널을 통해 비판을 받고 개선하고 반성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노후빈곤 해소 방안과 관련해서는 소득대체율을 현재 45% 수준에서 일단 멈추고 실제 노령인구가 필요한 최소비용을 검토한 후에 더 필요하다면 50%까지 소득대체율을 높여야한다. 

-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지정 패널) = 현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은 국민연금에 들지 않으려 한다. 내가 든 연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노후보장을 위한 것이지 자신들의 노후보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도 사업자등록증 내러 세무소에 가면 세무사들이 4대보험 수속해드리겠다고만 하고 끝이다. 국민연금은 의무적으로 드는데 교육은 의무적으로 시켰나. 왜 연금 혜택이 좋은지 알고 있나. 국가가 태만한 것이다.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 노동자들은 국민연금 가입을 못하고 있는데 대책이 있는지 말해 달라. 현재 자영업자들은 보험료 9%를 내고 있는데 보험료를 더 인상하면 영세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득 부족한 자영업자에 국가가 대납해 주는 사회보험의 확대 의향은 있는지 답해 달라.

-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지정 패널) = 국민연금을 월 20만원 내는 호프집 주인이 형편이 어려워져 보험료를 못 냈더니 국민연금공단에서 ‘나중에 원금만 주겠다’고 문자가 왔다더라. 정치권은 국민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봐야한다. 자영업자나 일반 국민들은 힘들다. 연금 보험료를 올린다고 하는데 현재 보험료 내는 것도 벅차한다. 이러한 점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하고 거시적으로 생각해야한다.

 

▲ 박정배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 답변 = 소득대체율에 대해선 지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1년간 논의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안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오늘도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그러한 과정의 일환이다. 좀 더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적정한 대안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험료를 인상하면 자영업자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보험료 인상 여부가 결정된 게 아니고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로 결정해야할 문제다. 보험료가 인상되더라도 영세자영업자 대책은 반드시 수반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 청중 질문 = 국민들의 불안은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과 기금고갈로 인해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많다. 적정 보험료를 부과하고 적정 급여를 주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전에 연금에 대한 불신이 있는 상태에서 보험료를 인상하면 저항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강보험도 보험료 수익으로만 운영하지 않고 14%는 국고로 지원한다. 국민연금도 국가에서 책임지는 모습이 선행된다면 불만들이 누그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답변 = 꼭 필요한 말씀을 지적해주셨다.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부차원에서 고민하고 최종적인 제도 개선은 국회에서 한다. 오늘은 그 과정에 대한 답까지 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지만 말씀하신 모든 부분에 충분히 공감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토론회 끝)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5일까지 전국 16개 시도에서 국민토론회를 진행한다. 토론회 일정은 아래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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