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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톺아보기]9년 묵은 금소법, DLF·라임사태로 전환 맞을까

  • 2020.02.20(목) 11:00

2011년 18대 국회 당시 박선숙 의원이 처음 발의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 통과·DLF사태 등 영향
징벌적 손배·집단소송제 빠져 미흡하다는 비판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직도 서울 여의도 한복판을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 있습니다. 바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입니다.

금소법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싫어 탄생한 법인데요.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대대적으로 금융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발생했죠.

우리나라에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경험이 바로 키코(KIKO)와 저축은행 사태입니다. 키코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인데요.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우리나라의 환율이 급등하면서 상환액이 급증하고 다시 달러수요가 늘어나 환율이 추가상승하는 악순환이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은행과 키코계약을 맺은 많은 중소기업들이 약정환율보다 실제 환율이 더 올라가면서 갚아야 할 계약금이 늘어 피해가 속출했죠.

저축은행사태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등 여러 상호저축은행이 집단으로 영업 정지된 사건인데요.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등 위험부담이 높은 사업에 제대로 된 심사과정 없이 마구잡이로 대출을 해주면서 대규모 손실을 떠안아 결국 예금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 금소법, 2011년 첫 등장 

키코와 저축은행사태를 겪으며 국회는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이후 국회는 저축은행사태가 일어났던 지난 2011년 7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만들었습니다.

18대 국회 당시 박선숙 통합민주당 의원(현 바른미래당) 등 22명 의원은 금소법기본법안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당시 제출된 의안원문을 보면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며 감독과 규제이 공백으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존 기구 활용, 새로운 기구 설치 등 종합적인 법률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은 금융상품 판매업자의 책무, 금융소비자정책에 관한 국가의 기본계획수립, 금융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 금융소비자 분쟁해결과 피해구제를 위한 절차 마련, 집단소송제도 및 3배 손해배상책임제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하지만 18대 국회에서 금소법은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가 마련한 금소법과 충돌을 빚었기 때문인데요. 당시 정부안은 금융회사에 사용자 책임을 부과하며 판매행위 규제를 위반한 경우 '과징금'을 물리는 정도인 반면 박선숙 의원안은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등 소비자보호를 좀 더 강화된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 "아직 죽지 않았다", 다시 고개 든 '금소법

19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금소법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만료폐기 수순을 밟았죠. 그렇게 묻히나 싶었던 금소법은 지난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 계기는 바로 DLF와 라임운용자산 사태.

우리은행이 금융소비자들에게 판매했던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이 원금 전액손실이 확정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현실화됐죠.

또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라임자산운용은 복잡한 투자 방식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펀드에 투자를 진행하면서 결국 투자자들에게 수익은 커녕 투자 원금도 전액 돌려주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다시 금융소비자보호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7년 대표 발의한 금소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요. 해당 법안은 지난해 11월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일각에서는 2월 임시국회 내 처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금융소비자보호가 절실해졌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운열 의원안의 핵심은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금융상품을 ▲보장성 ▲투자성 ▲예금성 ▲대출성 상품으로 분류하고 해당 금융상품의 판매업자도 ▲직접판매업자(금융회사) ▲판매대리·중개업자 ▲금융상품자문업자로 명확히 구분하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로 6대 판매원칙을 기존에 특정 금융상품뿐에만 한정해 적용한 것을 모든 금융상품에 확대해 적용하도록 내용을 변경했습니다. 6대 판매원칙이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부당권유금지 ▲허위·과장 광고규제입니다.

마지막으로 불공정영업행위 등 위법계약이 발생한 경우 금융소비자가 이를 일정 기간 내에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을 신설했습니다. 또 일정 기간 내에 일반금융소비자에게도 금융상품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청약철회권'을 부여했습니다.

DLF사태의 핵심 원인은 불완전 판매였습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역시 불완전판매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하루 빨리 금소법이 통과되어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다만 박선숙 의원이 18대 국회 당시 대표 발의했던 금소법보다는 후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도 등이 빠졌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금소법이 통과된다면 금융소비자를 위한 기본 틀이 마련된다는 점은 크게 평가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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