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나들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국제법적 대응체계가 존재하지만 현행 국제법이 감염병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8일 '코로나19 확산 사태 대응 관련 국제법의 한계와 개선과제'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민정 국회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은 "코로나19는 발병국의 대응만으로 한계가 있으며 국제기구와 국제법에 기초한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국제법은 강제력이 없고 경제적 유인도 부족하고 조기대응을 위한 중간단계 경보가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발병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제법상 근거는 두 가지다. 먼저 지난 11일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한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국제기구 역할을 한다.
유엔(UN)은 국제연합헌장 제57조에 따라 보건·경제·사회·문화 등 국제 사회의 전문분야별로 설립협정에 근거해 법인격을 가진 국제기구를 산하기구로 두고 있다. 이 중 하나가 WHO다.
WHO는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각국 정부와 국제공동체를 지원하고 질병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며 대응조치를 권고하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다. 가장 핵심적인 국제법은 2005년 마련된 '국제보건규칙'이다. 국제보건규칙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 발생 시 WHO회원국이 준수해야 할 통고의무와 정보제공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면서 중국 정부도 지난해 말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종 폐렴 증상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지역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을 WHO에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WHO와 국제보건규칙만으론 신종 감염병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민정 입법조사관은 "질병이 나타난 당사국에서 질병사태의 통고의무가 강제적이지 않고 질병 당사국의 샘플 정보 공유가 매우 제한적이며 감염병의 중간 단계 경보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대에 사람 간 전파되는 감염병의 발병은 무엇보다 발병 당사국의 신속한 통고가 중요하다. 이에 국제보건규칙 제6조에서 통고의무가 있지만 이를 위반한 국가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강제적 규범은 없다.
또 국제보건규칙은 신종 감염병 발생 시 당사국이 제공해야 할 정보로 ▲자국 내 감염병 발생 여부와 현황 ▲자국의 대응조치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중국 내 연구소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샘플채취, 백신치료기술 등을 개발해도 이를 전 세계와 공유할 의무가 없다.
보고서는 감염병의 중간 단계 경보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국제보건규칙은 질병의 규모나 심각성에 따라 ▲질병 ▲사태 ▲공중보건위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감염병에 대한 경보단계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뿐이다. 이 때문에 감염병 확산 초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경보단계가 없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WHO에 감염병 발생 당사국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통고할 의무를 강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HO 내에 감염병 위협에 직접 노출된 국가에 재정·기술적 원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필요성도 제안했다.
감염병 경보단계는 ▲일상적인 공중보건 위험단계(3단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4단계)사이에 신종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정 입법조사관은 이어 "국회에서도 국내 보건체계 발전을 위해 국내 법률 정비 노력이 필요하고 신종 감염병 통제에 관한 국제법 기준을 개선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