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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모든 것]②국가별 확진판정 다를 수 있다

  • 2020.03.13(금) 15:46

코로나19 특이 유전자 검출…국제 기준 없는 '진단시약'
세계 진단키트 공급난…국내 기업에 수출 러브콜 잇따라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12만명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확산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 경보단계의 최고 등급인 팬데믹(pandemic)을 선포했다. 감염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바이러스 진단이 신속히 이뤄져야 더 큰 감염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검진 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으로는 진단기기의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발병 지역인 중국을 제외한 각국의 검사건수 및 확진자수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2일 집계 기준 코로나19 검사를 완료한 건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21만7271건이었다. 다음으로 많은 검사가 이뤄진 곳은 이탈리아로 7만3154건이지만 우리나라 대비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음으로 영국 2만7476건, 일본 9376건으로 뒤를 이었고 중국, 이란, 미국의 경우 미집계 상태다.

우리나라의 검사건수가 타 국가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코로나19 진단시약 승인부터 공급까지 신속한 초기대응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수 업체에서 진단키트를 속속 개발하면서 현재까지 누적 총 64건의 진단기기 긴급사용 승인 신청이 잇따랐다. 이 중 현재 정부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곳은 코젠바이오텍, 씨젠, SD바이오센서, 솔젠트 등 총 4곳이며 일부는 해외 수출 작업에도 한창이다.

국내 '긴급사용 승인' 코로나19 진단키트 4

가장 먼저 국내에서 진단키트 승인을 받은 제품은 코젠바이오텍의 '리얼타임 PCR키트(Powercheck 2019-nCoV Real-time PCR kit)'다. 이 제품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나타난 유전자 E gene과 RdRp gene 2종을 검출하는 기기로 6시간가량 소요되며 지난 2일 승인받았다.

지난 12일에는 씨젠의 '올플렉스(Allplex 2019-nCoV Assay)'이 긴급사용을 승인받았다. 이 제품은 E gene, RdRp gene, N gene 등 유전자 3종을 검출하며 진단 시간은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솔젠트의 '디아플렉스Q 노블(DiaPlexQ Novel 2019-nCoV Detection Kit)'과 SD바이오센서의 '스탠다드M 리얼타임 키트(STANDARD M n-CoV Real-Time Detection Kit)'를 지난달 27일 추가 승인했다.

솔젠트의 진단키트는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검체에서 코로나19 유전자 ORF1a gene, N gene 2종을 검출한다. SD바이오센서는 유전자 E gene, RdRp gene 2종을 검출하며 두 제품 모두 2시간 이내에 신속한 진단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진단, 특이 유전자 증폭 방식 '동일'

이들 진단키트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진단 방식은 모두 동일하다. 전 세계 총 16개국에서 발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은 약 103개에 달하는데 유전자 증폭을 통해 코로나19에서만 나타나는 특이 유전자의 검출 여부를 검사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분자진단과 면역진단으로 나뉜다. 국내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제품은 모두 분자진단 방식이다. 면역진단 방식은 정확도와 신뢰도가 비교적 떨어져 WHO에서 분자진단 시약에 대해서만 긴급사용을 승인하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진단 과정을 차례로 살펴보면 먼저 환자의 유전자가 필요하다. 환자의 입과 코 안쪽을 면봉으로 긁어내고 기침에서 나온 가래로 검체를 채취한다. 이 검체에서 핵산(RNA)을 추출하고 특정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만 나타나는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시약(일종의 합성효소)을 투입한다.

이후 반복적으로 온도를 변경하는데 예를 들어 90도, 50도, 70도를 1사이클로 반복하면 특정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가 1사이클마다 2배씩 증폭하게 된다. 보통 40회에서 50회 사이클을 돌렸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이 유전자가 눈에 띄게 증폭, 검출되면 확진 판정이 결정된다. 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합성이 이뤄지지 않아 증폭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 '시약'이 코로나19 진단에 '관건'

진단키트에 사용되는 기기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한 기기로, 유전자 분자진단 의료기기의 표준화 기준을 따르고 있어 큰 차이가 없다. 업체들의 진단키트 차이점을 꼽자면 진단키트에 포함된 시약의 코로나19 유전자 프로토콜과 이를 증폭시키기 위한 적정 사이클 횟수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여기서 사이클 횟수는 큰 의미가 없다. 업체들은 저마다 개발한 시약의 코로나19 유전자 증폭을 눈에 띄게 확인할 수 있는 적정 사이클을 설정해놓은 것이다.

문제는 시약이다. 시약은 환자 검체에서 코로나19 특이 유전자를 검출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시약에 따라 코로나19 확진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달 중순경 코로나19 진단시약을 개발, 배포했지만 검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새로 진단시약을 재개발하기도 했다.

진단시약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보니 업체별, 국가별 시약의 코로나19 유전자 프로토콜이 다르고 결국 확진률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 바이러스분석과 정윤석 담당자는 "WHO는 코로나19 유전자가 검출되면 양성으로 판단한다는 기본적인 개념만 제시하고 있다"라며 "국제 기준이 별도로 없고 각 국 보건당국에서 정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확진 및 완치 판정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진단키트 수출세계 확진자 급증 전망

주요 국가의 코로나19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살펴보면 13일 0시 기준 이탈리아가 6.7%로 가장 높고, 이란 4.3%, 중국 3.9%, 일본 2.8%, 미국 2.4%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0.8%로 타 국가 대비 현저히 낮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왜 유난히 우리나라의 사망률이 낮은 걸까. 섣불리 의료 수준이 높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는 전 세계 어디에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이같은 사망률에 대해 보건의료 업계는 다른 나라보다 진단이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망률이 높은 국가의 경우 다수 감염자들에 대한 진단이 아예 이뤄지지 않았거나 검진 오류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적게 집계됐다는 관측이다. 지난 5일 기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 수가 많았고 이탈리아와 이란이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집계에서는 이탈리아 1만2462명, 이란 1만75명으로 우리나라 확진자 7869명을 훌쩍 넘어섰다.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가 된 이탈리아는 전국을 봉쇄한 데 이어 상점 휴업령까지 내려진 상태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진단키트 부족을 겪으면서 국내 다수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씨젠과 솔젠트 등이 대표적으로 이탈리아를 포함한 세계 다수 국가에 수출을 이미 하고 있거나 현재 수출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들 국가에 진단키트 공급이 원활해지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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