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주거, 생활 여건이 우수한 서울 강남 등 일부 특수 지역의 거주를 선호하는 전세 세입자 대부분은 소득 수준이 높은 데다 집 있는 세입자인 경우가 많다. (중략) 이들은 강남 3구에 전세를 얻을 때 부담하는 전세가격 상승분을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세입자에게 상당 부분 전가하고 있다. (중략) 이에 따라 다른 지역의 전세가격을 추가로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한국은행 10월31일 국회 제출 '금융안정보고서')
집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울 강남지역(강남.서초.송파)에서 비싼 전세금을 주고 사는 '자가 전세'가 전셋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통화당국으로부터 나왔다. 수도권 전세난의 시작이 강남 고가 전세라는 논리다. 그런데 왜 이런 분석이 제기됐을까?
◇ 한은, 강남發 전셋값 '도미노 상승' 논리
한은의 근거는 이렇다. 지난 6월말 기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주택 소유자를 거주지별로 파악해 보니 강남 3구의 주택보유 전세 비중은 61.2%로 전국 평균(34.1%)이나 서울(44.1%) 평균보다 크게 높았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있는 세입자의 보유주택은 93%가 수도권에 있었는데 이중 서울 강북이 29%, 강남이 20%였으며 경기·인천은 44%를 차지했다. 그러니까 강남 세입자들이 비싼 강남 전셋값을 대려고 수도권 다른 곳의 제 집 전셋값을 올린 것이 전세난을 가중시켰다는 게 한은 얘기다.
▲ 자료: 한국은행 10월 금융안정 보고서 |
일견 일리가 있지만 우려스럽기도 하다. 강남권에서 고가 전세를 마다않는 사람들도 차선의 선택을 하고 있을 뿐이다. 매매시장 침체로 하락으로 보유한 수도권 집은 집은 헐값이 아니면 팔 수도 없다. 매매시장이 막힌 상황은 한은도 파악하고 있다.
또 전셋값은 집주인 한두명이 작정해서 올려받자고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도권 전세시장에서 나와있는 셋집보다 들어갈 수요자가 많기 때문에 오름폭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일부에 불과한 '강남 자가 세입자'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 서울 전셋값 62주 상승..희생양 필요했나?
다시 말해 강남 3구 자가 전세 세입자는 전세난의 주범이 아니다. 특정 계층을 전세난의 주범으로 문제 삼는 것이 과거 집값이 급등하던 참여정부 시기 다주택자 전부를 '투기집단,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몰아붙이던 맥락과 비슷하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현재 매매시장과 임대시장 사이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집값 하락 ▲저금리 ▲수급 불균형 등 구조적 요인이 핵심 원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남 세입자를 끌어들인 건 전 방위적 대책도 먹히지 않는, 더 손 쓸 수도 없는 전세난에 대한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첫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9% 올라 62주째 상승세를 이었다. 가을 이사철이 끝나가며 상승폭은 다소 둔화됐지만 오름세는 여전하다.
전셋값은 서울에서 구로가 0.52%로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금천 0.43% ▲성동 0.38% ▲양천 0.35% ▲노원 0.32% ▲용산 0.27% ▲동작 0.26% ▲마포 0.26% 순이었다. 신도시와 수도권도 각각 0.02%, 0.04%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