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이 치솟으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이 11년만에 60%선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전세가율이 60%를 넘으면 매매가를 밀어 올린다는 ‘전세가율 60%’ 법칙이 통할지 주목된다.
31일 국민은행 KB부동산알리지(R-easy)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60.1%로 9월(59.1%)보다 1% 포인트 상승했다. 2002년 8월(60.7%) 이후 11년만에 60%대에 다시 진입한 것이다.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60%를 넘는 자치구는 전체 25개 중 17개구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01년 10월 64.4%를 기록한 후 줄곧 하락해 2005년 말 48.4%, 2009년 1월 38.2%까지 떨어졌다.
2009년까지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르면서 전세가율이 하락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매매가격이 떨어지고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전세가율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전례를 보면 전세가율이 오르면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함수관계를 보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런 도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위원은 작년 말 발표한 ‘전세/매매가격의 비율 추이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통계적으로 볼 때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전세가율 (상승)만으로 막연히 상승 기대감을 갖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최근 주택시장에서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에는 전세가율 상승이 갖는 의미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입자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올려주느니 대출을 더 받아 집을 사겠다고 나설 수 있지만 월세입자는 집을 살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과 건국대학교가 참여하는 부동산시장 모니터링그룹(RMG)은 ‘2012년 4분기 부동산시장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60%를 넘어서면 매매가격이 상승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연구결과 전세가와 매매가 사이에는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었다고 밝혔다.
유주연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박사는 “전세가와 매매가의 결정 요인은 다르다”며 “전세가격은 실제로 주택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현재 가치를 반영하고 매매가격은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추가된다”고 말했다.
또 매매가격이 오르는 것은 공급부족과 수요증가 등 매매시장 자체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탈동조화로, 매매시장이 전세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세가율 60%법칙 안 통하는 이유
① 집값상승 기대감 떨어져 집 살 유인이 약해짐
② 월세비중이 늘어 전세가율 상승의 의미가 희석됨
③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의 탈동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