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면서 서울 강북과 용인 등지의 소형아파트 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경매시장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오르는 추세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퍼지면서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며 “취득세·양도세 등 세금 문턱이 낮아지고 저리의 정책자금이 대거 풀린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5일 올해 주택 가격은 1.3% 오르고 전세 가격은 3%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주택거래량도 87만건으로 작년보다 2만건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 실수요자, 집 사자
치솟는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매매로 갈아타기 시작하면서 거래가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올 들어 19일까지 서울지역 주택거래량(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은 아파트가 2592건으로 작년 1134건보다 배 이상 늘었다. 노원구, 은평구 등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서울 외곽지역의 소형아파트들은 올 들어 1000만원 가량 올랐다.
전세가율이 높은 용인 수지, 수원 영통 등지도 매수세가 붙으면서 호가가 상승세다. 그동안은 전세가율이 60%를 넘어도 매매가가 오르지 않아 이른바 ‘전세가율 60% 법칙’이 깨지는 듯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법칙이 먹혀들고 있다.
아울러 세제혜택과 대출지원 등 임대사업 여건이 좋아지면서 소형아파트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 투자자, 경매 받자
부동산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새해 들어 보름동안 입찰에 부쳐진 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률은 48.4%를 기록했다. 경매에 나온 아파트의 절반가량이 주인을 찾은 것이다. 낙찰률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전인 2008년 5월(5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낙찰가율(경매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오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2.5%로 2011년 4월(83.1%) 이후 가장 높았다.
임대수익을 노리고 다세대주택 경매에 뛰어드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올 들어 수도권 다세대주택의 입찰 경쟁률은 4.9대 1로 2010년 3월(5.6대1) 이후 최고치다. 지난 6일 인천 서구에서 경매로 나온 다세대주택에는 27명이 입찰에 참가하기도 했다.
◇ 금리상승 영향 없다
올해 주택가격 하락요인으로 지목된 금리상승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박기정 한국감정원 연구위원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금리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매매가격은 4개월 후 0.015%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주택 매매가격 변동은 수요와 공급 등 내생 변수 영향이 94%에 달하는 반면 금리 등 외생 변수의 영향력은 6%에 불과해, 금리가 오르더라도 주택 가격 변동률은 1%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가계부채 992조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481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14조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