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중인 건설사 경남기업이 뜨겁다. 주식시장에서 얘기다. 지난달 말부터 잇달아 '투자주의종목'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지난 11일에는 하루 종일 주식 거래를 전혀 할 수 없는 '매매거래정지' 조치까지 받았다.
이어 12일부터 14일까지는 정규시장에 30분 단위로 일정 가격에서만 거래할 수 있는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거래 제한을 받는다. 거래소가 이 종목에 대한 투자 열기가 과도하다고 판단해 '단기과열완화장치'를 발동한 때문이다.
작년 말 세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간 경남기업은 최근 5개월간 주가가 2배가량 뛰면서 '뜨거운 종목'이 됐다. 최근들어 핵심자산 매각에 탄력이 붙은데다 정치권에 나가있던 성완종 회장의 복귀로 경영 정상화가 가까워진 것도 배경이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따로있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오른쪽) |
이유는 때 아닌 '반기문 테마주' 열풍. 최근 정치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거론되면서 시장 투자자들은 수혜주 찾기에 나섰다. 그중 하나로 경남기업이 꼽힌 것. 경남기업에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68)씨가 상임고문으로 7년째 재직중이어서다.
또 경남기업 오너인 성 회장도 반 총장과 관계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 회장은 충청 출신 정계·관계·언론인 모임인 '충청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고 충북 음성이 고향인 반 총장도 이 모임에 속해 있다.
특히 지난 달 성 회장으로 추정할 수 있는 인물이 야당 측 고위 인사들과 만나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타진했다는 얘기가 야당 고위인사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성 회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경남기업이 실체도 모호한 반기문 테마주의 선봉에 서게 된 것이다.
여기에 호재까지 겹쳤다. 지난 4일 경남기업 채권단이 이 회사의 대표적인 해외사업인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72'에 14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키로 결의한 것이다. 완공 단계에서 공사가 중단된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1조원 안팎의 매각자금이 들어온다.
평상시 하루 평균 5만주, 많아야 10만주를 넘지 않던 이 종목의 거래량은 10월 말 이후로는 100만주를 쉽게 넘었고 거래제한을 받기 직전인 지난 7일에는 240만주나 거래될 정도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면서 지난 6월 초 2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이 회사 주가는 10월 하순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 12일 종가 기준 5500원까지 올랐다.
▲ 경남기업 지분율 및 주가 추이 |
주식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 4월 유상증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경남기업에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바꿔 받은 채권단 소속 금융기관들은 표정이 밝아졌다.
신한은행,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21개 채권금융기관은 지난 4월 주당 5000원에 이 회사 주식을 받았지만 주가가 반토막나면서 속이 불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반기문 테마로 주가가 취득가격 이상으로 오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현재 경남기업 채권단은 유상증자와 출자전환으로 이 회사 지분 55.86%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워크아웃 전 44.4%의 지분을 갖고 있던 경남기업 오너 성 회장은 지분율이 19.6%(특수관계인 포함)로 낮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