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2014 부동산 키워드]⑥담합과징금 '1조'

  • 2014.12.29(월) 09:08

담합 과징금 누계 1兆...올해만 8500억
건설업계 "억지로 한 일에 부당이익 억울"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에서도 손실이 펑펑 터지는 마당인데 정부마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으니 죽을 맛입니다. 올해 번 돈으로 과징금이나 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지난 7월 한 대형 건설사에 근무하는 S모 차장은 푸념을 쏟아냈다. 조만간 호남고속철도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에게 사상 최대규모의 과징금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건설업계가 그야말로 '멘붕'"이라고 했다.

 

그달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남고속철 건설공사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총 43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건설사와 당시 관련업무를 맡았던 임원들은 검찰에 고발됐다. 그렇지 않아도 경영난에 시달리던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곡소리가 터져나왔다.

 

 

◇ 올해 담합 과징금 8500억원

 

호남고속철 과징금은 올 여름 건설업계에 떨어진 대형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호남고속철도 1단계 구간 건설공사는 길이 184.5㎞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는 8조3500억원에 달한다. 2006년부터 추진돼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는 여기서 적발된 입찰 담합 규모가 3조598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올 들어 유독 건설사 담합문제에 날카로운 칼을 들이댔다. 지난 1월 인천도시철도 2호선 사업과 관련, 21개 업체에 1322억원의 과징금 및 행정제재를 내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4대강 2차 턴키사업(7개사, 152억원)까지, 올해에만 18건의 담합을 적발해 총 8496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작년까지 부과된 1734억원(7건)을 포함해 2010년 이후 현재까지 건설업계에 내려진 담합 관련 과징금은 총 1조23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1·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의 작년 한 해 영업이익 3476억원, 7929억원을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 2012년말부터 해외 대형 사업장에서 불거져 나온 손실 문제로 속앓이를 하던 상황이어서 더욱 심각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플랜트 프로젝트의 원가율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도 버거운 판에 국내 사업에서도 수 백 억원에 달하는 과징금까지 물어야할 형편"이라며 "과징금 때문에 올해 장사는 공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공정위 "부당이익"..건설사 "정부가 조장"

 

2010년 이후 10대 건설사(2014년 시공능력평가 기준)에 부과된 담합 관련 과징금은 7237억원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삼성물산이 151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현대건설(1361억원), 대림산업(1270억원), SK건설(806억원) 순이다.

 

공정위는 상위권 대형 건설사들이 대형 국책 토목사업을 나눠먹는 식으로 벌여온 뿌리 깊은 담합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로 들러리를 서주는 식으로 짬짜미를 하거나 입찰가격을 일정선 위로 제시하기로 입을 맞춘 뒤 부당한 마진을 챙기는 방식으로 '혈세'를 빼돌려온 담합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지적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담합 판정을 받은 사업에서 건설사들 사이에 업무 협의가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최저가입찰 방식의 대형 국책사업에 동원되면서 겨우 적자나 면하자고 한 것이지 부당이익을 챙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담합은 "정부가 묵인 조장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4대강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한 건설사의 법률대리인은 행정처분 취소소송 법정에서 "원고 등 16개사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대운하 사업에서의 컨소시엄을 4대강 사업에서도 유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4대강 담합의 전말" 인포그래픽 바로가기>

 

 

 

◇ 공공 입찰제한..해외수주 타격도 우려

 

담합에 따른 제재가 향후 사업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담합 판정을 받게 되면 과징금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공공공사 입찰제한, 민형사상 처벌 등이 뒤따르게 된다.

 

특히 입찰제한이 실제 발효될 경우 연 20조원 규모의 공공토목공사 분야에 지각변동이 올 수 있다. 공사수행 능력을 가진 상위권 건설사들이 대부분 해당되기 때문에 정부의 사회기반시설(SOC)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지금은 해당 건설사들이 행정처분 취소소송 및 행정처분 중지 가처분 소송 등을 통해 입찰제한 발효를 막아둔 상태다. 건설업계는 내년 광복절 대사면 등의 특별 조치로 입찰제한이 풀리기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담합 제재는 해외 사업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올 들어 '르몽드'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유력 언론이 한국 건설사들의 담합 사건을 보도하면서 해외 발주처들 사이에서 이를 문제삼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담합은 발주처의 이익과 직결되는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건설사들의 대외 신인도 하락, 나아가 입찰 제한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업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무차별적인 제재도 문제"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