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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매각 협상 '평행선'..변수는?

  • 2015.08.19(수) 14:45

낮아진 시장가격, 악화된 사업실적

금호산업의 매각가격을 두고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달 말 매각협상을 개시하면서 주당 5만9000원(50%+1주, 1조213억원)을 제시해 박삼구 회장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 앉혔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인수 금액으로 6000억원 안팎(주당 3만5000원선)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희망가격 차이가 4000억원에 달해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이달 말께 전체 결의를 통해 지분매각 가격을 최종 확정해 박 회장에게 정식 통보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이로부터 한 달 내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격 협상에서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짚어봤다.

 

① 반토막 난 주가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지난 4월 금호산업 인수 후보로 단독 응찰한 호반건설은 채권단 지분 57.6%의 인수 가격으로 6007억원을 써냈다. 1조원 가량을 기대했던 채권단의 기대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반이 제시한 1주당 3만902원이라는 가격은 외부에서 보는 금호산업의 가치, 프리미엄을 포함한 '시장가격'으로 통하게 됐다. 박삼구 회장이 지난 5월 채권단과의 수의계약 협상에 앞서 "시장에서 보는 가격이 있는데 채권단이 (가격 책정을) 무리하게 하겠나"라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채권단이 삼일회계법인과 딜로이트 안진에 실사를 의뢰해 산정한 금호산업 가치도 이와 거의 비슷한 주당 3만1000원(50%+1주 기준 5369억원)이었다. 박 회장 측은 이 가격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가격이라는 입장이지만, 채권단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90%를 더 얹어 협상가를 제시했다.

 

하지만 금호산업의 현재가치를 반영하는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1만6000원으로 공개매각 본입찰 전인 2월 말(3만3000원대) 주가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인수 금액을 최대한 줄이려는 박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② 고꾸라진 실적

 

지난 11일, 양측이 가격 협상중인 시점에 발표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적도 박 회장 측에 유리한 카드다. 두 회사 모두 급격히 악화된 실적을 내보인 것이 '매물'로서의 가치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지난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1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작년 같은 기간 141억원 영업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2분기 6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작년 2분기 이후 이어온 영업이익 흑자 행진을 마감했다.

 

아시아나 측은 이번 적자 배경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영향으로 설명하고 있다. 금호산업의 경우 현장 원가율 상승과 금호석유화학과의 상표권 이전등록 소송 패소에 따른 손실 반영을 원인으로 짚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격 협상 중인 시점이기 때문에 회사 측이 손익 산정을 종전보다 보수적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악화된 실적 탓에 12일 열린 채권단의 중간보고 회의에서는 미래에셋 주도로 제시된 가격(5만9000원)을 다소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각 채권기관으로부터 희망 매각가액을 받기로 한 상태다.

 

③ 제3자 매각 가능성

 

 

채권단 제시 가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주장하는 '투자원금'에 맞춰진 것이다. 미래에셋은 지분율 8.55%로 채권단 가운데 지분이 가장 많다. 2006년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인수시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면서 본 손실 탓에 "매각가격을 낮추면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 회장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채권단은 이후 6개월간 박 회장에 제시한 우선매수 가격 이상으로 '제3자 대상' 매각을 할 수 있도록 절차가 정해진 점도 채권단이 강수를 둘 수 있는 배경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진행된 공개매각 때는 호반건설만 입찰에 참여했지만, 박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한 차례 포기하고 난 뒤라면 국적 항공사 인수에 매력을 느끼는 다른 대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유럽권의 경제불안,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의 성장속도 둔화 등 글로벌 경기 불안 요인들이 나타나는 것은 채권단에 불리한 요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호그룹의 주력인 건설업과 항공업 모두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어서 경기가 둔화되면 매물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박회장에 제시한 가격 이상으로 제3자에게 팔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미래에셋으로서도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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