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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분양권전매]②다운계약 안하면 바보!

  • 2015.08.31(월) 18:20

"다들 이렇게 해요" 비정상 거래 관행화
분양권 전매 늘었지만 정부는 '수수방관'

'단타' 방식의 분양권 전매가 늘고 있다.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청약제도를 대폭 완화하고 전매제한 기간을 단축하면서 투자수요가 대거 유입된 것이 원인이다. 분양권 전매는 단기간에 차익을 챙기려는 '한탕주의'다. 다운계약, 전매제한 기간 내 거래 등 불법행위도 많다. 하지만 정부는 분양권 거래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볼 수 있는 제대로된 통계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열 뒤 거품이 빠지면 후유증도 크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 이면에 나타난 분양권 전매 실태를 들여다 봤다.[편집자]

 

"분양가 5억5400만원에 프리미엄이 6000만원 붙었지만 신고는 2000만~3000만원만 하면 됩니다. 양도소득세는 보통 매수자가 내는 걸로 하는데 100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보면 되고요. 전체 비용은 6억4000만원 정도 들겠지만 실거래 신고는 5억9000만원대에 하게 될 겁니다."

 

직장인 양 모 씨는 지난 5월 위례신도시 분양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위례 부영 사랑으로' 전용 85㎡ 아파트 분양권을 소개받았다. 중개업소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프리미엄을 낮춰 신고하고, 양도소득세를 매수인이 부담하는 방식의 '다운계약'(실제 거래금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신고하는 것)을 권했다.

 

양 씨가 "이렇게 해도 괜찮냐?"고 묻자 중개업소에서는 "미분양 됐던 단지라 프리미엄을 조금만 붙여도 괜찮다. 열에 아홉은 다 이렇게 계약서를 쓴다"며 계약을 부추겼다.

 

▲ 양 씨가 위례 지역 중개업소로부터 받은 분양권 매물 안내 문자메시지.

 

◇ "웃돈 6000만원..계약서엔 2500만원만"

 

분양권 거래 시장에서 다운계약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분양권이 준공된 아파트처럼 실체가 있는 물건이 아니라 무형(無形)의 권리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향후 분양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주식시장의 선물(先物)과 비슷한 성격이어서 시장 분위기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크다는 점도 다운계약 관행의 배경이다.

 

분양권 다운거래는 더 많은 차익을 챙기려는 매도자와  웃돈을 덜 주려는 매수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매도자는 양도차익을 적게 신고해 높은 세율의 양도소득세(세율 1년 미만 50%, 2년 미만 40%)를 줄이고, 매수자는 다운계약을 해주는 대신 웃돈을 깎고 취득세도 줄이는 식이다.

 

양 씨가 이 분양권을 사는 데 실제로 들이는 돈은 분양가(발코니 확장, 옵션 비용 포함)에 웃돈 6000만원을 더하고, 양도세(허위신고 프리미엄 2500만원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뒤 양도소득세율 40% 적용, 양도소득세의 10% 지방소득세 가산) 990만원을 더한 6억4160만원이다.

 

하지만 중개업소 안내대로 실거래 신고하는 금액은 5억9660만원이 된다. 실제 비용대로 계약서를 써야하는 실거래 신고제를 위반하고 4500만원을 낮춘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실거래가를 허위신고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부동산포털에 게재된 지난 상반기 이 단지의 실거래가 거래 내역은 대부분 분양가에 2000만~3000만원의 웃돈을 더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 5월의 경우 5억9300만~6억500만원(5건)에 신고됐고, 5월 실거래가는 5억3100만~6억원(4건)이었다.

 

지난 1월의 경우 85㎡형 프리미엄이 7000만~8000만원을 웃돌며 거래가 가장 활발했는데, 등록된 45건 대부분이 5억8000만~5억9000만원선에 신고됐다. 대다수가 다운계약 의혹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 위례 부영 사랑으로 85㎡ 분양권 실거래가 등록 현황(자료: 경기도)

 

◇ 청약과열 지방서도 다운계약

 

시장 상황과 실거래 신고가격을 비교하면 분양권 다운계약 실태는 신도시 내 서울 송파구 장지동이나 하남 학암동 소재의 다른 단지들도 비슷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한 장지동 위례아이파크1차 87.6㎡ 7층 분양권의 경우 지난달 6억7572만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5억9800만원으로 1400만원 가량인 발코니 확장비용 등을 감안할 때 실거래 신고에는 6000만원 가량의 웃돈만 반영됐다. 하지만 해당 시기 이 아파트 프리미엄은 8000만~1억원 가량에 형성돼 있었다.

 

하남 학암동에서 옛 현대엠코(현 현대엔지니어링)이 공급한 '엠코타운 센트로엘'의 경우 분양가 6억6580만원인 전용면적 98.7㎡ 4층 분양권이 지난 5월 분양가격과 똑같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신고됐다. 당시 프리미엄이 5000만~6000만원 붙은 상황이었지만 웃돈을 전혀 붙이지 않은 '특이 거래'가 나타난 것이다.

 

위례 뿐 아니라 작년 이후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대구·광주 등지에서도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진 상태다. 이들 단지 역시 '전국구' 중개업자들이 가세해 분양권 매매거래를 과열시키고, 관행적으로 다운계약서를 쓰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대구시의 경우 작년 말 분양권 불법 거래 실태가 위험 수위라고 보고 이례적으로 지역 내 청약경쟁률이 높은 단지에 대해 실거래 위반 단속을 실시해 11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장 교란행위 의심자 23명을 경찰에 통보하는 한편 전매자료 674건을 국세청에 넘겼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제재 실적은 미미하다. 국토부가 지난 1분기 부동산 실거래 신고 위반내역(489건) 가운데 다운계약 관련 사안은 토지, 주택, 분양권 등을 모두 포함해 64건뿐이었다.

 

서울 서초구 D공인 대표는 "분양권 거래가 크게 늘어났지만 수도권에서 다운계약 단속을 강화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수도권 등지에서 대대적으로 단속을 벌일 경우 주택경기가 다시 얼어붙을 것을 우려해 정부가 내버려두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 '솜방망이' 다운계약 제재

고위 관료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인 다운계약은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관행처럼 이뤄졌다.

 

당시에는 일종의 편법이지만 실거래 신고가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실정법 위반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중이기 때문에 다운계약은 엄연한 위법행위다.

 

분양권 거래는 계약체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관할 시군구에 신고해야 한다. 지자체가 신고된 거래내역에 의심을 갖게되면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거래당사자 및 중개업자에게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낼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허위신고 적발시 취득세는 3배 증액되고 가산세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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