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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丙申년 화두 '내실' 그리고 '신시장'

  • 2016.01.05(화) 14:17

CEO 신년사로 본 건설업계 경영 키워드
"성장보다 생존..기술로 체력 다져 시장 개척"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다 저유가 불안이 가세해 건설 수주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지난해 세계 유수 건설기업마저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시장 포텐셜(Potential, 잠재력) 감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투명성, 더 우수한 품질, 더 낮은 가격을 요구 받고 있다."(조기행 SK건설 사장)

 

"지금은 위기의 시대,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생자승(生者勝)의 시대다."(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

 

병신(丙申)년 새해를 맞아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놓은 첫마디에는 묵직한 긴장감이 채워져 있었다. 저유가 등으로 인한 글로벌 건설경기 부진과 국내 주택시장에 퍼지기 시작한 냉기류 등으로 작년보다 더 어두워진 경영 여건 전망이 그 배경이다.

 

대다수 국내 대형건설사 CEO들은 실적을 키우겠다는 '성장전략'보다는 내실을 다져 살아남자는 '생존전략'을 택했다. 불확실성에 대한 위기감이 어느 해보다 짙게 드러난 건설업계의 화두를 CEO 신년사를 통해 키워드 별로 짚어봤다.

 

 

◇ 위기 관리

 

건설사 CEO 대부분은 올해 사업여건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은 "우리 앞에 놓인 경영환경은 여전히 한 치 앞을 헤아리기 어렵다. 더욱이 올해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어려운 여건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보다 해외가 더 어두울 것으로 예측됐다. 저유가 지속,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 중국의 경기 둔화가 '3대 변수'로 꼽혔다. 국내시장 역시 작년 호조를 보였던 분양 경기가  위축될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저유가 장기화로 인해 중동·아프리카 산유국 발주 감소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건설시장 역시 주택 공급 과잉,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시장 변동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올해 경영의 첫손에 꼽혔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건축·토목 등 각 사업에서 유사시에 대비한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수적"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수주·집행의 주요 분야에서 대응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준비해 리스크 관리를 해야한다"고 했다.

 

올해 국내 주택경기 호조 수혜를 가장 크게 입었던 현대산업개발의 김재식 사장 역시 "경기 하방 가능성이 큰 만큼 건축·주택 사업은 우량사업을 선별 수주해야 한다"며 "금리, 정책, 수급 변동 등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내실 강화

 

건설 CEO들은 올해가 외형 위주의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한 내실 강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시장 환경의 악화로 양적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선택과 집중, 기술역량 강화를 통해 내실을 더욱 튼튼히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대우건설 박 사장은 아예 새해 구호를 "내·실·주·력"으로 잡았다. 올해 4대 경영방침인 ▲내실강화 ▲실리추구 ▲주의환기 ▲역량함양의 앞 글자를 딴 것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외형 성장보다 내적 충실을 기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앞으로 건설업은 고난도 대규모의 EPC(설계·구매·시공) 사업, 투자형 사업, 서비스 산업으로 주류 흐름이 옮겨갈 것이고, 회사의 비즈니스 구도도 파트너와의 네트워크 구축, 전략영업, 기술개발 등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업무의 질적 개선을 당부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역시 "올해는 미래를 준비하는 한 해여야 한다"며 "전문성(Expertise)·실행력(Execute)·확장성(Expand)으로 이어지는 '3E 사이클'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궁극적인 '수익 성장(Profitable Growth)'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의 김치현 사장은 "원가 개선을 위한 VE(Value Engineering)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판관비와 현장경비 절감 활동을 지속 시행해야 한다"며 "또 우발 채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리스크 관리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시장 개척

 

CEO들은 건설시장 경영환경 악화를 뚫을 탈출구를 새로운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저유가에 따른 중동 플랜트 사업 발주량 감소의 대안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인프라 사업이 꼽혔다.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현대건설 정 사장은 "지난해 중국 주도로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중심으로 투자개발형 사업이 증대할 것으로 예상돼 아시아 시장에 대한 기대치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대우건설 박 사장은 "아시아 인프라 시장이 부상하면서 디벨로퍼 역할 수행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기존 EPC 및 IPP(민자발전) 역량을 더욱 고도화하고, 기획·금융·운영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어학 능력은 물론, 관련 분야 전문성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지난해 말 중국 최대 국영건설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中國建築工程總公司, CSCEC)와 협력관계를 맺은 SK건설의 조기행 사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사업기회 확보를 위해 지역마케팅센터(Regional Marketing Center)를 중심으로 마케팅 역량을 모아 총력전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림산업 이 부회장도 "시장 주도적 디벨로퍼 역할이 가능한 국가와 영역을 우선순위화하고, 해외 지사와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 전사의 인적 역량과 현지 네트워크를 목표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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