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달 아파트 분양이 1만여가구에 못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직전인 작년 12월 5만여가구가 쏟아져 나온 것을 감안하면 공급이 5분의 1 이하로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당초 1월에 잡아놨던 분양 계획을 2월 이후로 미루는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연말 미국의 금리인상에 금융규제 강화, 주택 공급과잉 논란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눈치를 보며 시기를 늦추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다.
◇ 1.5만→1만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 건설사 중 새해 첫 달 분양물량을 선보이는 회사는 GS건설과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3개사 뿐이다. 이달 첫 분양 계획을 잡았던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은 2월 이후로 일정을 미뤘다.
나머지는 5개사는 처음부터 겨울 비수기를 보내고 난 뒤인 2~3월 이후로 분양사업 일정을 잡아둔 상태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사업 관계자는 "다양한 변수로 주택 수요층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던 차에 연말 전국 미분양 아파트 수가 5만가구까지 급격히 늘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단 다른 사업장의 분위기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아졌다"며 "굳이 매를 먼저 맞을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말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새해 첫 달 신규 공급 물량이 전국 26개 단지, 총 1만5000가구(일반분양) 가량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연초 사업 계획을 미루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면서 1월 분양 가구수는 1만가구 밑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작년 12월 5만844가구보다 80% 가량 줄어든 규모다.
◇ 눈치 보기
현대산업개발은 이달 중순 경기도 평택에서 첫 분양에 나설 계획이었다. 용죽지구 A1-1블록에 지하 1층~지상 27층 7개동, 전용 75~103㎡ 585가구로 짓는 '비전 아이파크 평택'이 마수걸이 사업이었다. 하지만 모델하우스 개관을 열흘 가량 앞두고 분양 계획을 내달로 연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평택지역 분양시장이 지금까지 호조를 보였지만 작년에 워낙 공급이 집중된 데다 실거주 목적보다는 투자수요가 많았다"며 "시장 심리가 위축된 연초에 분양을 시작하기보다는 일정을 조금 늦추는 게 낫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도 올해 첫 분양사업으로 계획했던 서울 광진구 구의1구역 재건축 단지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의 모델하우스 개관을 당초 이달에서 내달로 미뤘다. 이 단지는 애초 작년 하반기부터 분양을 계획했지만 보상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사업이 지연됐던 단지다. 보상작업은 최근 마쳤지만 분양가 확정을 앞둔 시점에 분양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조합과 삼성물산 간 이견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림산업 역시 경기도 광주 오포읍에서 이달 계획한 전용 76~122㎡, 총 573가구 규모 'e편한세상 테라스 오포'의 분양을 내달로 연기했다. 작년에 인기를 모은 테라스하우스지만 작년 하반기 공급이 몰린 용인·광주 등 경기 남부지역에 미분양이 많아진 것이 일정을 미룬 이유로 꼽힌다.
▲ 시평순위 상위 10개 건설사 첫 분양단지(자료: 각 사) |
작년 총 45개 프로젝트를 통해 업계 최대인 4만2181가구(오피스텔 7662실 포함)를 공급한 대우건설은 1월은 건너뛰고 2월부터 분양일정을 잡았다. 첫 사업은 경기도 일산 서구 탄현동에 짓는 1690가구 규모의 단지다.
현대건설의 경우 3월께 서울 은평구 녹번동 녹번 1-1구역을 재개발한 전용면적 49~119㎡ 765가구 규모의 단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포스코건설도 3월에 평택 소사벌 C1블록 821가구 규모 단지로 주택사업을 시작한다. SK건설은 하반기께나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 GS건설, 첫 주자
분양 연기가 속출하면서 10대 건설사 중 GS건설이 첫 주자로 나서게 됐다. 새해 첫 분양 아파트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한 '신반포자이'로 오는 14일 모델하우스 문을 연다. 이 아파트도 당초 작년 11월 분양을 계획했다가 해를 넘긴 것이다.
이 아파트는 지하 3층~지상 28층, 7개동 총 607가구 규모로 이 중 전용 59~84㎡ 153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현재 분양가를 두고 조합측과 건설사가 3.3㎡당(공급면적 기준) 4100만~4300만원선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이달 경기도 화성에서 계획한 '신동탄파크자이2차' 분양은 2월 이후로 연기했다.
롯데건설은 오는 22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할 '원주롯데캐슬 더퍼스트 2차'로 올해 분양사업을 시작한다. 강원도 원주기업도시 9블록에 짓는 이 아파트는 지하 4층~지상 30층, 10개동 전용 59~84㎡ 1116가구 규모 단지다. 바로 옆 1243가구 규모의 1차 단지가 작년 11월 당해지역 1순위 청약에서 모두 마감된 것이 연초 분양을 감행하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달 말 광주광역시 북구 각화동에 지역조합아파트 894가구(일반분양 311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 단지는 작년 말 분양키로 했다가 일정을 미룬 바 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분양시장에 냉기류가 흐르면서 비교적 수요가 탄탄한 서울 강남 재건축이나 일부 지방 물량을 제외하고는 분양흥행을 자신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지역과 시장 흐름에 따라 분양일정을 조정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