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의 한국시장 공략이 거세다.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이었다면, 최근에는 막강한 자본규모는 기본이고 첨단 기술력, 마케팅 노하우 등을 두루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ICT, 금융, 부동산, 문화산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공세다. 중국이 국가경제적으로만 글로벌 빅2(G2)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니라 금융·산업자본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는 방증이다. 중국 자본의 위상이 달라진 배경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우리 기업들의 대응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
부동산 시장은 내수 중에서도 내수인 분야다. 하지만 중국 자본의 힘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무시 못한다. 작년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 19.35%로 전국 지자체 중 1위를 차지한 제주도의 땅값을 끌어올린 주역이 관광투자에 나선 중국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하다.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대규모 개발사업도 제주도를 시작으로 인천과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고 있다. 대부분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중국 관광객이나 부유층 거주를 염두에 둔 프로젝트다. 중국 자본이 개발해 중국인이 투자하고, 또 거주하면서 이용하는 새로운 '차이나 타운'이 국내에 우후죽순 생겨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 중국 뤼디그룹이 1조1000억원을 투자한 제주 헬스케어타운. 1차로 분양한 콘도미니엄 188실 계약자 중 95%가 중국인이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제주 알짜 땅 선점 뒤 '전국구'로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는 잇달아 현실화되고 있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총매출 4000억위안(72조원) 규모의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 회사인 '뤼디그룹(綠地集團, Greenland Holding Group)'이 그 선봉이다.
뤼디그룹은 2012년 제주 서귀포 중산간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해 제주헬스케어타운(76만㎡)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사업은 이미 1단계 콘도미니엄 건설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어 2단계로 휴양 리조트 및 호텔 등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뤼디그룹은 2013년부터 롯데관광개발 계열인 동화투자개발과 함께 제주공항 인근에서 도내 최고인 38층 높이 '드림타워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도 벌이고 있다. 최근엔 7000억원 규모의 이 사업 시공까지 중국 최대 건설사인 중국건축(中國建築, CSCEC)에 맡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지역 랜드마크급 빌딩을 중국 건설사가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뤼디그룹은 또 최근엔 알짜배기 땅으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동 외국인아파트(한남외인주택) 부지 매입 검토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재작년 말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용지에도 관심을 보이며 서울시와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한 적도 있다.
▲ 제주 드림타워 조감도(자료: 동화투자개발) |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는 홍콩 존리츠인베스트먼트와 중국 웨이하이(威海) 구용부동산개발그룹이 1조원을 투자해 호텔부터 숙박·관광 등을 포괄하는 '차이나워크 타운' 사업을 추진 중이다. NC큐브 커낼워크 인근 3만5733㎡ 용지에 2019년까지 지하 2층, 지상 22~27층 규모의 '체류형 관광단지'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경기 평택에 위치한 황해경제자유구역 내 현덕지구 개발사업의 주체 역시 중국 자본이 참여한 대한민국중국성개발이란 이름의 시행사다. 이 업체는 2018년까지 평택시 현덕면 정수리·권관리 일원 232만㎡에 7500억원을 투자해 유통·상업·관광의료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 작년 중국인 토지거래 1천건 넘어
중국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도 급증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중국인의 국내 토지거래는 총 1080건으로, 2013년(604건)과 비교해 2년새 78.8%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379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208건), 경기(174건), 충남(174건)순이었다.
2010년 투자이민제를 시작한 제주 지역 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기도와 충남에서의 거래가 2년전보다 각각 2.4배, 2.8배에 달할 정도로 크게 늘어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의 경우 화교들이 밀집한 연남동 인근 홍대입구 주변이나 마포 일대의 중국인 투자가 활발하다. 합정동 인근 고급 주상복합이나 게스트하우스용 다가구주택 등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수도권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인천 송도국제도시 일대가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다.
2014년말 기준 전국에서 중국인이 보유한 땅은 여의도 면적(제방 안쪽 기준 290만㎡) 4.6배인 1321만8000㎡, 공시지가로 1조5948억원어치였다. 여기에 작년 이후 거래실적과 내국인 혹은 화교 등 명의로 투자해 드러나지 않은 경우까지 감안하면 집계된 규모의 배는 될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부동산 자본은 국내에서 사업 역량을 갖춘 건설사를 인수하는 데도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상태인 동부건설이 작년 9월 매물로 나왔을 때에도 중국 내 10위권 내 건설사 중 한 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건설사인 대우산업개발의 경우 2012년 중국 펑화그룹(豊華集團)이 홍콩 신흥산업개발유한공사를 통해 인수했다. 펑화그룹은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에 사업 본거지를 두고 있는 대형 개발업체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중국 내 부동산 경기가 고점을 찍고 둔화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여겨지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다"며 "특히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거리감이 적어 개인투자 형태든 개발사업 방식이든 사업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