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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습]③금융업 '꿩 먹고 알 먹기'

  • 2016.04.18(월) 11:34

안방보험, 동양·알리안츠 이어 ING도 노리나
보험, 카드, 캐피탈 전 영역 진출 이어질 듯

"이름도 특이해. 안방보험. 어떤 업체에요? 왜 온대요? 좀 알려줘 봐요."

지난 2014년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에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가 돌아 이를 확인하려 하자, 금융당국의 핵심 관계자는 오히려 이렇게 되물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중국 자본은 이 정도로 낯선 존재였다.

이후 고작 2년이 지난 지금, 이름도 낯설던 안방보험이 이제 국내 대형 보험사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동양생명을 인수하더니 최근 알리안츠생명까지 사들이며 단숨에 국내 생명보험업계 5위 자리를 꿰찼다. 

▲ 안방보험 홈페이지 화면 캡처.

여기에 더해 ING생명 등 다른 매물에도 관심 있다는 소문이 돌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NG생명까지 사들이면 업계 4위로 올라선다. 총자산만 70조원에 가까워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과 함께 생명보험 업계 '빅4' 구도를 만들 수 있다.

◇ 방금 물꼬 텄는데…어느새 '대세'로

중국 자본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중화권인 대만 유안타증권이 2014년 동양증권을 인수했고, 중국 푸싱그룹이 같은 해 LIG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급기야 안방보험이 국내 4대 은행 중 한 곳인 우리은행을 사겠다고 하자, 국내 금융회사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중국 자본의 진출이 가장 활성화한 영역은 보험업권이다. 특히 생명보험업계에선 ING생명뿐 아니라 PCA생명, KDB생명 등 매물이 줄줄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데,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곳은 중국 기업이 대부분이다. 안방보험 외에 핑안그룹, 푸싱그룹 등이 투자 의향을 보인다.

국내 대형보험사의 경우 이런 매물 인수에 소극적이다. 보험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가, 국내 보험사들은 2020년 도입되는 2단계 국제회계기준(IFRS4)에 맞춰야 해 자금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계 자본들은 중국과는 반대로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추세다. 독일 알리안츠 그룹이 대표적이다.

보험 외에도 카드와 캐피탈, 금융투자업계에서 매물이 나오면 중국 자본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손을 뻗칠 가능성이 크다. 한때 매각설에 휘말렸던 삼성카드는 중국 안방보험과 인수를 논의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현대캐피탈의 경우 대만 푸본 그룹에 지분을 팔 거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 수익도 내고 경쟁력도 기르고

유럽계 금융사는 철수하고, 국내 금융사는 저성장에 시달리는 이 시장에 중국 자본이 이렇게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가까운 지리적 위치에 더 해 경영 전략과도 맞아떨어지는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보다 비교적 선진 금융 기법이 자리 잡은 한국에서 노하우를 배워 자국의 금융시장에 적용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가 지금보다 더 성장하면 보험 시장도 커지고 더 진화한 보험 상품도 내놔야 한다. 지난해 중국 보험사들의 수입보험료는 전년보다 20%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남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보험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 목적보다는 수익성 다변화와 경영 노하우 축적을 통한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중국 자본에 대한 꼼꼼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금융회사는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안방보험의 경우 지배구조가 베일에 싸여있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안방보험 등 중국 업체들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 국내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리란 기대도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안방보험의 알리안츠생명 인수와 관련, "중국자본의 국내 생명보험업계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가 확인됐고, 추후 추가적 M&A도 가능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안방보험그룹은? 지난 2004년 자동차보험 회사로 설립한 뒤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중국 5대 종합 보험사로 자리 잡았다. 안방보험은 특히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름을 알렸다.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비롯해 벨기에 델타로이드은행, 네덜란드 보험사 비밧 등을 인수했고, 우리나라에선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했다. 안방보험의 창업자인 우샤오후이 회장은 덩샤오핑 전 중국 최고지도자의 손녀사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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