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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습]①스마트머니로 총공세

  • 2016.04.14(목) 14:33

中기업 M&A 글로벌 142조..'韓 2.4조 150%↑'
투자대상 다변화 더해 방법까지 다양해져
긍부정 효과분석..中자본투자 장점살려야

중국 자본의 한국시장 공략이 거세다.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이었다면, 최근에는 막강한 자본규모는 기본이고 첨단 기술력, 마케팅 노하우 등을 두루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ICT, 금융, 부동산, 문화산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공세다. 중국이 국가경제적으로만 글로벌 빅2(G2)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니라 금융·산업자본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는 방증이다. 중국 자본의 위상이 달라진 배경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우리 기업들의 대응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본방시 와이프에게 말을 걸거나 심부름을 시키면 안된다'는 지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회자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수목 드라마로는 30%대 시청률이라는 경이적 기록을 세운 것도 대단하지만, 한류 드라마 최초로 한국과 중국 동시방송이 이뤄졌다는 것도 특이하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닷컴(IQiyi.com)에선 지난 2월말 첫 방송 시작부터 최근까지 24억 뷰를 기록했다. 이처럼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끈 이유는 단순히 한류 때문만은 아니다.

 

이 드라마가 한중 동시방송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드라마 제작 전부터 중국기업의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드라마 제작 1위 기업인 화처(華策)미디어는 한류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지난 2014년 535억원에 태양의 후예 제작사인 NEW의 지분 15%를 매입했다. 현재 NEW의 2대주주다.

 

중국 자본이 부동산 투자를 넘어서 기획단계부터 돈 되는 곳을 찾아나선 대표적 사례다. 중국 자본이 '스마트 머니(Smart Money)'로 바뀐 셈이다.

 

◇ 中 내수기반 급성장..정부도 밀어줘

 

중국 기업들이 급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에 있다. 중국 인구는 13억명을 넘는다. 굳이 글로벌 진출을 하지 않더라도 중국 내수시장만 장악해도 글로벌 시장점유율 순위에 쉽게 오른다. 즉 내수시장에서 모방을 통해 축적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업공개(IPO)를 감행해 막대한 자본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활발한 해외진출에 나선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글로벌 ICT 기업 상위권에 오른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급성장 붐을 타고 부상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3년 기준 1조8500억위안(약 309조원)으로 전년비 40.9% 성장했다. 최근 제주도 초고층 빌딩 드림타워 시공사로 선정된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는 중국 최대 국영종합건설사로 중국 건설 붐으로 성장했다. 포춘지 기준 2014년 매출규모가 1229억달러(약 141조원)에 달한다.

 

금융분야도 중국계 은행 돌진이 두드러진다. 2015년말 자본기준 글로벌 1, 2위를 중국공상은행(2486억800만달러)과 건설은행(2021억1900만달러)이 차지했다. 3위인 JP모건(1866만3200억달러)과 격차를 보였다. 특히 중국공상은행은 2015년 영업이익 6589억위안, 순이익 2758억위안(한화 약 50조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지원정책도 강력한 기업성장의 토대가 되고 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기본적 정치 색체는 공산주의다. 때문에 아직도 정부 입김이 경제활동에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자국기업 보호주의가 중국 기업의 성장 에너지원이 된 셈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홍범석 연구원은 "자국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의 자국산업 육성정책 등을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자와 견줄만한 규모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이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의 글로벌 약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 탐나는 韓시장..'잠식 당할까 우려도'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장한 기업들은 글로벌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시장 인수합병(M&A) 규모는 1181억달러(약 142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시장에 대한 공세도 거세다. 글로벌 M&A 조사기관 머저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범 중화권(중국·홍콩·대만) 자본의 한국시장 M&A는 16건에 달했다. 금액으로 보면 19억75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로 전년도 대비 149%나 증가했다.

 

중국 기업의 역습에 한국은 무방비 상태다. 우리가 중국시장을 공략할 것으로만 생각했지, 중국에 의해 한국시장이 공략당할 것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해외시장에서 중국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한국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중국기업도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시장규모는 작지만 선진시장으로 분류된다.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시장 진출에 앞서 한국에서 경쟁력을 키우면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또 콘텐츠 산업의 경우 중국내 불고 있는 한류바람의 과실을 한국기업에게만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도 있다. 콘텐츠 기획단계부터 투자 및 M&A를 시도해 한류 이익을 나눠 갖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한국 진출을 선언한 중국 모바일 백신기업 360 시큐리티는 한국 ICT 시장을 높이 평가했다. 360 시큐리티 얀후앙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폰 이용자가 79%나 되는 국가"라면서 "그만큼 한국시장이 중요해 진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즉 한국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여타 국가로의 진출이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LG경제연구원 조성완 선임연구원은 "중국 기업 성장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ICT 및 서비스 부문에서조차 중국 기업들이 규모 면에서나 시장지배력, 자금력, 서비스의 포트폴리오 등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해 미국과 맞대결 모드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제조강국, ICT 강국의 자만을 내려놓고 우리의 장점을 재점검하고 역점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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