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22일 서울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발표회에서 (왼쪽부터)온유, 송중기, 송혜교, 이응복 연출, 김은숙 작가, 김원석 작가, 김지원, 진구가 포토타임을 가졌다. |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다.
2014년 제작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회당 3만5000달러(약 4000만원)에 팔리면서 한류를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이후 만들어진 드라마 판권가격은 더욱 올라갔다. '닥터 이방인'은 회당 7만달러(약 8000만원),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12만달러(약 1억4000만원), '프로듀사'는 17만달러(약 1억9000만원), '내겐 너무 사랑스런 그녀'는 20만달러(약 2억3000만원)를 기록했다. 최근 종영된 '태양의 후예'는 회당 23만달러(약 2억6000만원)로 신기록을 갱신했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씁쓸해진다.
프로듀사를 제작한 초록뱀미디어의 최대주주(지분율 25.57%)는 중국 미디어기업인 DMG그룹이다. 태양의 후예 제작사인 NEW의 2대주주(지분율 15%) 역시 중국 드라마 제작 1위 기업인 화처(華策)미디어며, 김윤석·유해진·주원의 소속사인 심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도 중국 최대 종합엔터기업인 화이브라더스로 바뀌었다. 이밖에도 배우 이미연, 김현주, 공형진 소속사인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최대주주(지분율 11.98%)는 중국 투자기업인 에스지 인베스트먼트(SG INVESTMENT)며, 한류스타로 떠오른 김수현 소속사 키이스트에는 중국 소후닷컴이 2대주주(6.4%)로 자리잡고 있다.
이쯤되면 한국인 작가가 쓴 대본으로 한국인 PD와 배우가 작품을 만들지만, 중국 대주주들의 지갑이 두둑해지는 모양새다. 중국 자본이 한류를 역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와 음원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중국 화인글로벌영사그룹은 코미디언 출신 심형래 감독의 '디워 2'의 제작·투자·배급을 맡아 5억위안(약 875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키로 했다. 중국 영화사 티엔이는 신예 은오 감독의 영화 '가위'(The Night Man)에 약 10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며 제작·투자·배급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티엔이는 배우 장혁이 주연한 중국 드라마 '폴 인 러브'를 제작하는 등 한중 합작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한국형 애니메이션 '넛잡'의 제작사인 레드로버도 중국 쑤닝그룹에 인수됐다.
또 중국기업들은 한국기업의 중국 음원시장 진출 니즈를 활용해 투자 확대를 늘리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는 SM에 355억원을 투자해 지분 4%를 확보했고, 중국 온라인 음악 1위 기업인 CMC(해양음악그룹)는 JYP와 조인트벤처를 만들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한국내 콘텐츠 기업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이는 한국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중국시장에서 붐을 일으키는 한류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라면서 "자칫하면 무늬만 한류일뿐 중국기업에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이 서강대학교에 의뢰한 '중국자본의 한국투자 현황 및 대응방안'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중국자본의 한국내 주요 투자업종은 인터넷, 게임, 한류와 관련된 영화 및 엔터테인먼트 업종이다. 2015년 9월말 기준 중국 자본은 32개의 국내 상장사 및 비상장사에 총 2조9606억원 투자를 실시했다. 전체 32개 기업 중 상장사는 25개사, 이중 코스닥 기업이 20개사로 코스닥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개 상장사에 대한 투자목적을 살펴보면 12개는 경영참여(최대주주)고, 나머지 13개는 지분투자로 분류됐다.
서강대 정유신 교수는 "중국자본의 투자소식이 알려지면 업체의 주가상승이 상대적으로 뚜렷하고, 중국자본 투자를 통해서 재무구조 개선, 신사업 진출 등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되기도 하지만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비오이(BOE)의 하이디스 인수 경우와 같이 국내기업 기술을 취득한 후 적극적으로 경영개선은 하지 않는 등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중국정부의 투자절차 간소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향후 본격적인 중국자본 유입이 예상된다"면서 "중국자본의 한국기업 투자 증가는 우리에게는 기회이자 위협이며, 외국 자본의 유입이 필요한 업종을 선정해 전략적이고 선별적으로 중국자본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