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금융·건설·부동산·문화콘텐츠 분야에 이르기 까지 중국 자본의 공세가 거세지만, 거부감을 키우기 보단 이를 전략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차이나데스크 팀장(사진)은 우리가 중국 내수시장은 장악하려 하면서, 우리시장은 지키려고만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얻는게 있으면 일정부분 내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박 팀장은 "우리 기억 속에는 중국 자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면서 "부실한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는 지속하되, 너무 부정적인 쪽으로만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발생한 중국고섬 사태는 증권가에 큰 충격을 안겼다. 중국고섬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지 두달 만에 회계 부실로 거래가 정지됐고, 결국 상장폐지 돼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 2012년에는 연합과기가 상장 요건 미흡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강제 퇴출됐고, 2013년에도 3노드디지탈과 중국식품포장이 자진 상장폐지했다. 최근에는 중국원양자원이 대주주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 제2의 중국고섬 사태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면서 중국 자본의 국내 투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박 팀장은 "게임산업도 중국이 국내 우수인력을 대거 빼갔다느니 하면서 경계하는 눈초리가 있지만, 사실 중국 시장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이 만큼 성장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자본이동에 대해 경계만 말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콘텐츠산업도 마찬가지.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초반부터 중국 자본이 연결되면서 매출 규모가 커졌다. 박 팀장은 "미디어 산업을 좌우하는 것은 광고시장이며, 중국의 광고시장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미디어산업 이익률은 30∼40%로 우리나라의 5% 내외와 크게 차이난다"면서 "이는 우리에게 중국시장이 꼭 필요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자본은 경제성장단계 초기 자원개발 등을 통해 커왔다. 이렇게 해서 축적한 자본으로 2010년 까지는 기술의 퀀텀점프를 이뤘다. 이 당시 쓰인 주요방식은 인수합병(M&A) 이었다. 기업을 인수해 신기술을 취득한 뒤, 자국내 보조금 정책을 무기로 규모의 경제를 일궜다. 이제는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어 글로벌 시장을 넘보고 있는 단계다. 이른 측면에서 한국시장은 중국 자본이 본격적인 글로벌시장 진출전 시험무대로 삼기 좋은 곳이다. 즉 중국자본의 최종 목표는 한국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안방보험이 좋은 사례다. 박 팀장은 "안방보험은 한국금융시장에서 우리은행 인수를 시도할 만큼 공격적이지만, 이는 글로벌진출을 위한 한 단계"라면서 "우리도 일본처럼 중국 자본을 잘 받아들여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자본의 한국기업 투자 후 중국 동반 진출시 시너지를 얻는 방안으로 양측간 인수합병(M&A) 보다는 부분투자로서 상호이익을 얻는 윈-윈(Win-Win) 전략을 강조하기도 한다. 중국과 기술제휴를 하고 중국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것이 국내기업 입장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선 유인책(인센티브)을 고려한 한·중 펀드 설립, 한·중·일 전자상거래 단일화시장 합의에 기초한 온라인 수출입 창구 활용, 중국자본의 투자목적 구체화 및 실행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시리즈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