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첫 단추이자 쏠쏠한 재테크 수단으로 관심을 받아온 청약통장의 새 가입자가 점점 줄고 있다. 공급과잉 논란과 함께 예전보다 분양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진 데다, 금리도 점점 낮아져 재테크 상품으로서 메리트가 줄어든 게 주된 배경이다.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서 점점 매력을 잃고 있는 청약통장의 변화를 들여다봤다.[편집자]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정부가 서민 내 집 마련 촉진 용도로 만들어 주택도시기금(옛 국민주택기금) 운용을 통해 관리하는 저축상품이다. 기존 청약예·부금 및 청약저축 등으로 나눠졌던 청약통장을 통합해 모든 신규분양 청약에 사용할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 불린다.
청약통장은 신규 주택 청약에 필수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인 '고(高)금리'가 큰 매력으로 꼽혀왔다. 작년까지 가입자수가 급속도로 늘어난 것도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시중 예금금리보다 높은 이자율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약저축은 최근 1~2년 새 적용금리를 수 차례 낮춰 재형(財形) 기능이 크게 감퇴했다. 3년전만해도 연 4%에 이르렀던 청약저축 금리는 현재 연 2%로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kym5380@ |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지난 1월4일 이후) 적용되는 청약저축 및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최고 이자율은 연 2%다. 이는 가입 2년 이상 뒤 해지시 적용되는 금리로, 1년 이상~2년 미만인 경우 1.5%로, 1년 미만은 1.0%가 적용된다.
작년 말 주택도시기금 운용심의회가 청약저축 금리를 일괄 0.2%포인트 낮춘 결과다. 기금 운용심의회는 작년 한 해 총 4차례 청약저축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작년 3월 0.2%포인트, 6월과 10월에는 0.3%포인트씩이었다.
작년 초만해도 연 3%로 시중 예금 및 저축 상품보다 높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금리 메리트가 떨어진다.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 수신상품 가운데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으로 연 2~2.5% 상품이 많다.
1금융권인 시중은행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도 금리가 연 1.6~1.8%인 상품이 대다수다. 한 때 0.5%포인트 이상씩 벌어졌던 청약저축과의 이자율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국토부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등 시중 금리 하락을 청약저축 금리를 낮추는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청약저축 금리 인하는 비교 대상 금리와 견줘 훨씬 빠르고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어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특히 청약저축 금리는 올해 역시 적어도 1~2차례 하향 조정될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청약저축 금리는 높아야 연 1%대까지 낮아진다.
소득 공제 등 부수적인 재형기능들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금리 인하와 함께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주택자이거나 연 소득(부부합산) 7000만원이 넘으면 연말정산 소득공제혜택을 받지 못하고, 전용 85㎡ 초과 중대형 주택에 당첨될 경우 공제 받았던 금액 일부를 추징당하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약저축 금리가 낮아지면서 가입 문의도 크게 줄어들었고 기존 가입자 중에 해지하겠다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가입 기간 5년 내에 해지할 경우 소득공제를 받았던 금액을 추징당하는 점 등은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