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까지 비상장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업 외형의 역(逆)성장이다. 해외에서 불거진 수익성 악화 경험 탓에 수주 태세가 신중해진 데다, 저유가 지속까지 겹쳐 발주 물량이 줄어든 게 매출 감소의 '직격탄'이 되고 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비상장 건설사 상위 5개사인 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SK건설·한화건설의 1~3분기 실적을 이 기간 영업이익 순으로 들여다봤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5개 사중 1~3분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곳은 시평 7위 현대엔지니어링이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40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순이익은 2231억원으로 3.5% 늘었다. 반면 매출액은 3분기 누적 4조8982억원으로 작년보다 6.3%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7%로 최근 건설업계 상황을 볼 때 매우 양호한 편이다. 대형 상장 건설사를 포함해도 현대산업개발(11.6%)에 이은 2위 규모다. 하지만 매출은 심상치 않게 줄고 있다. 주력 사업인 화공·전력부문에서 올해 3분기까지 2조590억원, 건축·주택에서 2조52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 7.9%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유가가 점차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중장기적으로 동남아 인도 등 신흥국과 중앙아시아, 브라질 등 자원부국의 경제성장이 예상된다"며 "또 러시아 등지에서 기존 설비 노후화에 따른 시설교체 수요가 증가하면 해외 매출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장 영업이익 2위는 시평 9위 SK건설이었다. 1~3분기 중 192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0% 급증한 규모다. 매출은 5조2323억원이었다. 비상장 5개사 중 작년까지 매출이 가장 많았던 포스코건설을 제쳤다. 영업이익률은 3.7% 수준이다.
그러나 SK건설의 매출은 작년보다는 18.4% 감소했다. 이 건설사는 작년 3분기 U-사업부를 통째로 떼어낸(SK TNS 분사) 때문에 매출 축소가 불가피했다. 순이익은 351억원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1~3분기 수준의 실적은 유지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예상이다.
이어 영업이익 1446억원을 거둔 롯데건설이 3위였다. 작년보다 53.7% 늘린 규모다. 3분기에만 상반기(660억원)보다 많은 786억원의 영업이익을 챙겼다. '롯데캐슬' 브랜드의 아파트 도급사업을 활발히 편 것이 이익 증가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시평 8위 롯데건설은 5개사중 유일하게 매출을 늘렸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조229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9%나 많다. 그러나 이 회사 현장중 가장 규모가 큰 메가 프로젝트인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올 연말 마무리된다. 이후 당장 이만한 매출을 낼 일감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작년 1~3분기 3729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던 시평 11위 한화건설은 올해 같은 기간엔 112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 했다. '킨텍스 꿈에그린', '여수 웅천 꿈에그린' 등 아파트 현장에서 이익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3분기까지 매출은 작년보다 3.2% 감소해 외형 축소를 피하지 못했다.
시평 3위 포스코건설은 수익성 확보와 외형 유지 모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1~3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2833억원으로 상반기 말보다 1062억원 늘었다. 전년 대비 매출 감소폭은 21.2%에 이른다. 올해 3분기까지 순손실은 3888억원이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브라질 CSP 일관제철소 프로젝트 때문이다. 불법파업과 통관지연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됐고, 발주처의 준공 승인도 늦어져 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이 현장에서 회수가 유보된 채권만 4417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국내에서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더샵'의 검찰 수사라는 악재도 겪고 있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자회사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포함한 대대적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